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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둔대1기(00-03)

2001-01-08 오늘은 눈이 많이 왔죠!

by Anakii 2001. 1. 8.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온 바닥을 뒤덮었더라구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대야미라 시골 냄새가 풀풀 나죠! 풍경이 다르더군요.

아침부터 전화가 왔어요. 5학년 선생님 한 분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일직을 못하시겠더랩니다. 그래서 가까이 사는  제게로 일직을 부탁하시더군요.. 가까이 사는 게 죄지 ^^
그래서 부랴부랴 학교에 갔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그 기분 아세요?

학교까지 가는 길은 한 6분 됩니다만 오늘은 10분정도 걸렸어요. 눈길 걷기가 힘들더군요. 하지만, 학교 운동장에 소복이 쌓여있는 눈들.. 일직을 대신하러 온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았어요.

점심때쯤 되니까 한 떼의 사람들이 운동장으로 축구를 하러 오더군요.

그들이 지나가고 난 뒤의 운동장 모습이란......참.. 
마치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간이 마구 들쑤셔놓은 것처럼... 아시죠? 축구화 자국에 마구 파헤쳐진 눈들. 게다가 오후엔 차 한대가 와서 눈위에서 유희라도 하는 듯 마구 돌아다니더군요.

집에갈 때쯤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장도 많이 덮였죠. 하지만 인간들이 남기고간 상처는 여전하더군요.

집으로 오는 길은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눈은 많이 내렸지만 날이 춥지 않았던 까닭에, 게다가 왠 차들은 그리 많이 다니던지.. 길이 온통 흙구덩이더라구요.
차가 거의 다니지 않은 학교 뒷길은 소담하기만 했습니다.

인간은 자기 발에 물을 묻히기 싫어 차를 타고 다니겠지요. 하지만 차를 가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그 때문에 소담한 눈길을 밟고 지나갈 자유를 빼앗기고, 덧붙여 질척거리는 흙탕길을 걸어가야만 하겠지요.

눈길을 보며 

가진 자, 또는 지배계급과 
가지지 못한자, 또는 피지배계급의 상관관계를 느낍니다.

눈을 치우는 자는 차가 다니기 편하도록 눈을 치웁니다. 하지만 그 행위로 말미암아 그 길을 "걷는" 자는 얼추 녹아버린 눈 때문에 흙탕길을 걸어야 하고, 차를 가지고 지나가는 자는 흥겨이 지나갑니다.

눈 치우는게 절대善이 아니죠? 우린 눈이 오면 눈 치우는 걸 당연히 알고 있지만.  어차피 도보로 걷기엔, 눈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누구를 위한 논리일까요?

눈을 보며, 마치 가진자의 논리에 휩쓸려 있는 우리 같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