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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국내여행

신년 맞이 설악산행+산행준비물

by Anakii 2020. 1. 13.

1.9일(목) 방학 하고 1.10(금) 새벽에 떠난 설악산행. 오성기형님과 이종린선생님의 신년 산행에 함께 가자고 덜컥 나선 거다. 아침 6시 50분, 우리집 앞에서 출발하여 시작한 산행. 인제 부근 시골막국수에서 아침으로 청국장/비지장 먹고 11시에 한계령 휴게소에서 찐빵 인당 3개 사 들고 시작했다. 아이젠 착용. 첫발부터 눈과 얼음으로 수북하다. 

20분 쯤 올라 0.5km지점에 도달, 초입이라 별 무리 없이 갔다. 1시간 10분여 지나니 서북능선이 탁 트인 경관으로 다가온다. 사진 몇 방 찍는 동안 오성기형님, 종린샘 두 분 먼저 출발하시고 기다리던 경아와 함께 갔다. 그곳부터 계속 내리막이고 우리 밖에 없어 약간 불안했지만 별 다른 길이 있겠나 싶었다. 

등산 1시간 10분
등산 1시간 10분

두 시간 쯤 걸려 한계령 삼거리 도착. 이제부터는 계속된 능선길이다. 날은 청명하고 온도도 높다. 바람 불지 않는다면  볓에서는 체감온도로 영상. 물론 바람 좀 불고 그늘이면 곧바로 영하 5도 이하지만. 

두 시간 반 쯤 가니 저 멀리 까마득하게 중청봉 군사시설 동글뱅이가 보였다. 가야 할 길이 멀다. 가는 길 내내 구비구비 설악이 첩첩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절경을 마주하며 걷는다. 아직까지는 날이 너무 좋아서, 경관이 너무 벅차서 잘 왔다 싶었다. 

등산 2시간 30분
등산 3시간 30분. 한계령에서 출발한지 4.1km

하지만 경관에 감탄도 잠깐. 4시간 30분이 지나니 점점 체력이 달려 온다. 끝청으로 오르는 길은 본격적인 오르막. 5시간 10분이 되어 겨우 끝청에 올랐다. 사진으로는 힘이 남아 보이지만 사실은 기진맥진. 오늘 종착지인 중청대피소까지 1.2km남았지만.

등산 4시간 40분. 맥이 점점 풀린다.
등산 5시간 10분. 끝청에서

대청봉이 눈앞에 잡힐 듯 보이는 중청 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벚나무에 눈송이 고드름이 맺혀 짤랑이는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남 일이다. 너무 힘들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사진 하나 못 담나 싶어서 시그마 꺼내어 겨우겨우 담았다. 

등산 5시간 50분.
대청이 눈 앞에. 등산 5시간 57분.

가까스로 중청 대피소에 도착해서 예약한 자리 수속 받고 담요(인당 2천원) 받은 뒤 자리를 잡으니 먼저 도착하신 오성기형님이 미리 취사장에서 채식 라면을 끓여 놓으셨다. 취사장은 스텐레스 테이블만 있고 의자는 전무. 겨울엔 취사용수가 안 나와 모든 물은 생수를 구입해야 한다. 형님이 끓이신 라면에 누룽지를 끓여서 먹으니 조금 과식한 상태다. 먹을 때 부터 피로가 몰린 탓에 제 정신으로 먹은 것 같지 않다. 다 먹고 그릇은 휴지로 닦고 닦은 휴지는 개인이 챙긴다. 대피소에서 나오지 않은 쓰레기는 모두 되가져 간다.  다행히 화장실은 실내고 난방이 무척 잘 되어 있어 쾌적했지만 수많은 인원에 비해 남여 합해 딸랑 6칸. 난 세 번 갔는데 내가 간 시간대에는 한가했던게 무척 이상할 정도.

식사 후 침상, 담요를 깔고 오리털 파카를 이불삼아 덮고 뻗었다. 6시 반이다. 오성기형님이 벌써 자면 2시 경 깬다고 하셨지만 몸이 무너졌다.

그런데, 7시 반 경. 깼다. 8시에 소등이다. 이제부터 후회의 밤 시작.

눈을 붙여도 몸이 차분해 지지 않는다. 몸살감기 기운 있는 채로 출발했고 설악의 기운을 맞아 감기를 날려 버리려 했건만 오히려 도졌다. 허리와 다리 등 온 몸이 쑤셔서 계속 자리를 바꿔 봐도 대책 없다. 목은 계속 말라오고 심장은 덜컥덜컥 뛰고  머리와 온 몸에 열이 뻗쳐서 계속 땀이 나는데 생수 사 놓은 건 내일 아침 매점 문 열 때 까지는 버텨야 하니 벌컥벌컥 마시지도 못하고. 한 시간 정도 뒤척이다 정 열 나고 목말라지면 물 두어 모금 먹기를 반복. 경아가 수건맨인 내 생각 하고 등산방석에 목도리랑 수건을 감아 높은 베개를 만들어 줬다. 배낭을 머리에 베고 아주 뫂은 베게 만들었다가 불편해서 넓적다리에 껄고 있으니 좀 나았다. 하지만  금세 불편해지는 온 몸.

대피소는 난방이 워낙 잘 되어 있어 내복만 입고 자도 더울 지경인데 담요 차 내고 자다 조금만 서늘해지면 한기가 덮쳐온다. 전형적인 몸살 기운. 눈 감아도 잠 오지 않아 30여분 있다가 일어나 어찌할 바를 모르다 물 한 모금 먹고 몸 다시 뉘일 때 기침이 콜록콜록 주변 사람들 민폐.

'수건 베개 있으니 땀 나도 흡수해 주니 얼마나 좋아, 몸 안좋은데 이렇게 덥게 해 주니 얼마나 좋아'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몸살에 쑤시는 몸과 목마르고 확확오르는 머리, 두근거리는 심장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내가 여기 왜 따라왔나 후회막급. 내일 새벽 대청봉가는 일과 오색으로 내려 가는 일이 아득하기만 하고.

이러기를 3시 30분 까지. 그러다 어찌 잠이 들었는지 4시 30분까지는 잔 것 같은데 나중에 미밴드 수면기록계에는 수면 시간 0시간이었다.

5시에 일어나 오성기형님 취사준비하시는 곳에 가서 있다가 형님이 준비하신 비건 들깨 미역국과 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니 6시 10분이다. 숙소에 와서 짐 챙기다 눕다 하다 보니 몸이 조금은 나아진다. 출발은 가능하겠다.

7시 쯤 물 하나 사 들고 7시10분 경 출발했다. 해새벽엔 잠잠하던 바람이 대청으로 오르는 길엔 매서워진다. 다행히 내복과 모 스웨터, 오리털파카 조합에 버프를 머리에 두르니 견딜 만 하다. 달빛이 중청봉에 걸린 게 아름답다.

7시 15분

대청봉에 오르니 바람이 매서워 서 있기에도 힘들다. 폰 사진 찍어 달라 재촉하는 아낙네가 있어 벙어리 장갑 벗고 두 번 찍었건만 날이 추워선지 셔터와 찍히는 것에 유격 있어서 다시 찍어 달랜다. 손은 곱아가는데 겨우겨우 찍어 줬다. 우리 넷이 함께 찍으려 했지만 남보고 찍어달랄 상태도 아니다. 폰카는 찍으려면 손을 장갑에서 내밀어야 하니까.

이건 일출
이건 월몰

오색 코스로 내려오는 길. 4시간 코스지만 내리막은 3시간 정도 걸릴 거라 오성기형님이 말씀하셨다.  

아니... 대청봉에서부터 수직 강하로 2.5km를 내려온다.  끝없이 내려간다. 1700미터 대청에서 순식간에 1500미터 1300미터로 뚝뚝 떨어진다. 죽음이다. 볼 풍경은 하나도 없어서 사진기는 아예 배낭에 넣었다. 1000미터 부근인 설악 폭포 지점까지는 그나마 겨우 겨우 왔다. 아직 갈 길은 2.3km. 이제 좀 쉬워지나 했더니 조금 걷고 나니 마지막 죽음의 코스다. 너덜바위 계단길 1km. 

안내도에 급경사라 해서 뭔가 싶었다. 여기서부터는 아이젠도 벗고 좀 쉬워지나 했지만 웬걸. 아이젠 벗고 등산화발로만 딛는데 이리 힘들 수가 있을까. 계단길 중간 쯤 가니 더 이상 다리를 옮기지 못할 정도로 후들거리고 애꿎은 등산로 탓만 나온다. 아직 너덜바위 계단길은 까마득한데. 내가 여기를 왜 따라 오자고 했나 후회의 시간들.

마지막 0.3km지점, 계곡을 바라보며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한 걸음마다 지팡이를 짚고 내려온다. 저 멀리 계단 끝에서 종린 선생님이 기다린다. 겨우 200미터 남았댄다. 드디어 내려 왔구나.

이 고난의 길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우리나라 사람들 엄청 대단하다. 

남설악 탐방센터 앞에는 택시가 많다. 한계령 가는 버스도 있지만 몸이 무너져 내려 급히 택시를 타고 한계령으로 갔다. (2만원) 

한계령에서 차 문을 여니 실내에 두었던 물들이 냉동상태다. 

인제 남북면옥에 들렀다. 순메밀국수로 유명한 집. 나는 동치미, 경아는 비빔, 두 형님은 메밀 잔치국수를 시켰는데 모두 곱배기. (6천원+2천원) 몸이 무너져서인지 동치미 메밀국수가 딱히 입맛에 맞지는 않다. 오랜만에 온 집인데 아쉽다. 


겨울설악산행 준비물 

아이젠,등산스틱 (필수)
기능성내의, 등산바지, 등산외피 (내피,외피 구분하여 사용. 등산시 자주 입었다 벗었다 함)
겨울등산모자, 귀도리, 버프(필수), 등산용방석(유용)
방수등산장갑(모직 벙어리장갑이 유용했다). 등산모직양말, 
상비약 (소화제, 파스, 밴드 등)
보조배터리 , 티슈/물티슈(필수. 대피소에서 설거지안됨)
핫팩 (있으면 좋지만 효과적이지는 않음)
행동식(간식-초컬릿은 언다. 사탕이 유용.)
헤드랜턴, 선글라스 (고글안됨. 땀이 찬다)
보온병의 물.

비상용으로 - 넥워머 (잘 안씀) 스패츠 /무릎보호대 (잘 안씀) 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