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또는 동아시아)의 계급 체계는 사농공상이었다. 앎을 추구하는 선비가 으뜸, 생명을 다루는 농부가 버금, 기술을 추구하는 공인이 세째, 돈을 다루는 상인이 최하층이란 뜻이다.
서양의 문물에 침탈 당했던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난 이 계급 체계 때문에 동양이 이리도 비루하게 당하고 사는 걸로 판단하고 이런 계급이 타파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CEO니, 명품이니, 고객이니 하는 상업 용어가 학교에 난무하면서 학교를 장사치의 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몰지각한 교육관료들을 바라보면서,
학교보다 학원이 오히려 우대받는 이상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양으로 계측할 수 없는 교육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세태를 바라보면서,
난 알게 됐다. 왜 우리 선조들이 사농공상이라는 계급을 만들고, 그로 인해 국가의 발전이 더뎠음에도 그 논리를 지켜 왔는지.
상업이나 기술은 그것이 먼저가 되어서는 큰 일이 나기 때문이었다.
상업이나 기술은 그것이 먼저가 되어서는 큰 일이 나기 때문이었다.
상업이 모든 논리의 근간이 되는 사회는 망하는 법이다. 이익을 추구하면서 인간 생활의 근간을 흔들므로.
기술이 모든 논리의 근간이 되면 필연적으로 자연을 이기려고 하게 되므로 스스로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어이없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사회는 공업과 상업을 점차 중시하는 모습으로 진행되어 왔다.
상(商)업은 인간을 부유하게 만들지만 그것 뿐. 인간의 삶 자체를 파괴하는 측면이 있다.
공(工)업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자연히 인간을 게으르게 만들고 쉽게 자연을 파괴하게끔 한다.
농(農)업은 생명을 다루는 일로서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하며
선비(士)는 지식과 지혜라는 도구를 이용해 인간을 동물과 다른 뛰어난 존재로 만든다. 물론 지식을 이용해 공상(工商)을 부흥시키는 반 자연적인 측면도 있으나 지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것 역시 사(士)의 영역이다.
농,공,상은 자연스러운 생물의 삶의 방식이지만 사(士) 는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는 존재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동물들도 농업은 하며
동물들도 나름의 기술을 개발하며
동물들도 효율성의 법칙(상업의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
하지만 동물들은 하지 못하는 일, 그것은 지식을 쌓고 문화를 만들며 형이상학에 따라 행동하는 일. 그것이 사(士)의 일이다.
학교와 학원의 근본적인 차이, 그것은 사(士)와 상(商)의 차이다.
사(士)의 근간이되는 학교에서까지 상(商)이 판친다면,
그건 이제 우리 인간 사회가 거의 끝까지 왔다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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