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이 졸업식 날

LOG/12~13 2013. 2. 17. 11:13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7시쯤 일어나 사과를 손질했다. 내가 4등분 내면 경아가 손질하고 내가 다시 설탕물에 담가 변색을 막는 일. 10kg의 사과가 김치냉장고용 김치박스 한 통 가득 담겼다. 걸린 시간은 한시간.

강화 가는 길에 언니가 전화했다.

"여기 술이 없어. 술 좀 사와."

강화읍 플러스마트에 마침 고향막걸리가 990원 세일중. 20병 1박스 + 15병 작은 박스로 샀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10시 10분. 졸업식은 벌써 시작했다. 운동장에선 세흠이 아빠와 황구샘이 군고구마를 굽고 있고 졸업식장은 만원. 비집고 들어가 앞쪽 벽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사진 찍기는 거의 포기다.

교장선생님, 운영위원장님의 정감있는 소감이 발표되고 학생들 시상식을 했다. 해안이는 양도면장상을 받았다. 송사는 기백이가 했다. 마치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솔직 담백한 문장. 그러면서도 할 말이 다 들어간 명문이다. 답사는 졸업생 20명 전원이 조금씩 나누어 했다. 답사를 여는 글은 해안이가 했다. 

졸업생들이 선생님들께 꽃 한송이씩 증정하고 이상호선생님께 3학년 학부모회의 선물이 전달되었다.  졸업식 마무리로 선생님들께서 부른 힘내라 맑은물.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도 담임선생님들께서 이 노래를 불러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사를 기록했다.

힘내라 맑은 물  (http://blog.jinbo.net/plus/334)

손이 시리면 따스히 만져주마
추운 날이면 두 볼을 감싸주마
너무 힘들거든 내게 기대오렴
눈물나거든 내 품에 안기렴

냇물아 흘러 흘러 강으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강으로 가거라

힘을 내거라 강으로 가야지
힘을 내거라 바다로 가야지
흐린 물줄기 이따금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뒤엉켜 가거라

강물아 흘러 흘러 바다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바다로 가거라

식이 끝나고 운동장에서는 선생님, 아이들과 부모들이 사진을 찍고, 재학생들이 강당을 식당으로 만드는 중에 난 경아랑 한솔이엄마랑 함께 식사준비했다.  점심은 떡국. 학교 급식소랑 3학년 학부모의 공동 준비로 마련되었다.  떡은 1학년 우성이 아빠, 쇠고기와 귤은 한솔이네, 김은 나라네, 머릿고기는 세흠이네와 휘영이네가 함께 준비했고, 묵은지는 규창이네, 겉절이김치는 정수네, 우리는 막걸리와 사과를 준비했다. 1학년 진명이네서 접시를 빌려오기도 하고. 떡국을 맛나게 끓이는 건 급식소 영양사님과 조리사님들이 담당했다. 모두의 힘으로 준비한 점심이다.

어르신들도 많이 오셔서 식사를 함께 하셨고 모든이가 식사를 부족함 없이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되었다. 

마침 식사 자리에 한인남실장님이 계셔서 경아가 말을 건넸다. 

"선생님하고 상담하면서 시작된 게 벌써 3년이 지나 졸업이네요. 감사합니다."

원서 마감 전날 밤, 아무 계획 없이 산마을고 교무실에 가서 처음 상담을 해 주신 한선생님. 그때 교장샘도 교무실에 있었지 싶다. 등에 윤지단이란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서. 학교 분위기도 좋았고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도 반듯했으며 상담해 주신 한선생님도 푸근해서 그날 밤 새 원서를 썼었는데 벌써 졸업이라니.

남긴 잔반은 겨우 세숫대야로 한 개 정도. 이마저도 황구샘이 사료로 가져가시니 음식물 쓰레기랑 남는 음식 0!

군고구마통 앞에서 3학년 학부모가 보여 개구리 장학금을 협의했다. 산마을고 통장으로 매달1만원씩 보내 장학금을 조성하는 것.  3학년 학부모들이 1년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 것도 협의했다. 올해는 일단 7/20일. 괴산에서 모이기로.

추운 날씨에 잠시 식당 안에서 이야기를 계속 하다 식당 정리까지 끝내고 해산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논다고. 효민형, 경배샘, 선영씨, 현숙언니가 따로 현숙언니네서 모여 이야기. 좀 있다 교장샘 합류하시고, 황구샘도 졸업식에서 남은 막걸리를 들고 오셨다. 

6시 쯤 자리를 마쳐 집으로 가다가 막걸리 한박스를 현숙언니네 놓고 온 게 생각나 다시 언니네로 갔더니,

"뭐하러 빨리가, 좀 더 있다 가지."

하여 저녁에 퇴근하시는 태진형님  만나 술잔치하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9시 경 집으로 왔다. 

부모는 암 생각도 없는데 해안이가 우겨서 산마을에 보냈다. 폼 잡고 생활을 제어하는 부모의 탓인지 중학생활 동안 간간이 사고를 터뜨렸던 해안, 산마을에 가서도 1학년 동안 되어서도 괜히 쎈 척 하느라 사고를 많이 쳤다 한다. 친구들도 많이 없어지고. 

2~3학년으로 올라가자 해안이도 독기가 빠지고 성숙해졌다. 아직까지 완전히 자유로와진건 아니지만 어설프게 도덕적인양했던 부모가 준 나쁜 것들은 산마을 3년으로 많이 정화된 것 같다.  솔직한 친구들과의 소통, 감싸주시는 선생님들과의 교류, 묵묵히 바라 봐 주는 진강산의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 

이렇게 좋은 학교, 선생님, 친구들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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