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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산마을학부모영농단

막걸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by Anakii 2011. 7. 17.

평생 처음, 술을 내려봤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이 중요하군요.

'할 수 있겠다'

이 마음이 떡잎을 피웠으니까요.
술을 처음 내려 봤다는 우리의 소장님 왈,

"학부모 영농단 따로 술 내릴까?"

작년 과외활동이었던 된장과 간장.
이건 온전히 김소장님과 현숙언니의 작품. 후숙성이 너무나 중요했으니까요.

그런데, 술.
가장 중요한 시기가 일주일.
다음부턴 냉장고가 책임져 준다면.
할 만 하겠지요.

멋진 기회를 만들어주신 산마을학교 교장선생님, 동이선생님 감사합니다.

[술 만드는 순서]

1. 소독하기
항아리 소독 - 항아리 안에서 짚을 태워 소독하거나 끓는 뜨거운 물로 소독.
나무주걱,광목천, 베보자기 등등도 끓는 물로 소독

2. 고두밥 만들기
쌀을 깨끗이 씻어 2-3시간 불림 (百洗 한다고 합니다.백세씩이나!!) 2시간 정도 물을 뺀 뒤 찜솥에 1시간 정도 찌고 30분 정도 뜸을 들입니다. 완성된 고두밥을 충분히 식힙니다.

3. 담그기
고두밥을 펴고 누룩을 섞어 잘 비벼준 뒤 항아리에 고두밥, 누룩, 생수를 넣고 잘 저어줍니다.  항아리 밖 온도를 20-25도가 되도록 유지합니다. 바닥엔 나무나 책을 대어 온도변화가 없게 하고 입구는 소독된 광목천으로 덮습니다

4. 발효시키기
술 담고 처음 2-3일간 하루에 두 번 정도 나무주걱으로 저어줍니다
첫날은 쌀이 물을 머금어 뻑뻑해 지나 하루가 지나면 보글보글 끓으며 물이생기고 발효가 시작됩니다.
3일정도 지나면 술맛이 느껴지고 4일째 부터 술맛을 보아 시어지기 시작하면 바로 거르고 그렇지 않으면 7일째까지 놓아둡니다.

5. 거르기와 숙성하기
베보자기나 광목, 거름망으로 거르고 술지게미에 술양의 0.5배-1배정도의 생수를 섞어 한번 더 걸러 처음 거른 술과 섞습니다.
(미리 술양의 0.5배-1배 정도의 생수를 넣어 걸러도 됩니다. ← 우리가 한 방법)
만일 매실, 복분자 등의 막걸리를 만드려면 이 때 효소를 살짝 섞어줍니다
거른 술을 병에 담아 실온에서 1일 선숙성, 냉장고에서 2-3일 후숙성하면 완성됩니다.

[재료]
누룩 (우리밀 소율곡) 1Kg (누룩의 양은 쌀의 10%가 기본이지만 누룩의 양이 많을수록 실패확률이 적습니다.)
쌀 5kg (5:5로 멥쌀과 찹쌀을 섞으면 더 부드러워집니다)
생수 (담글 때 쌀 양의 1.5배 - 7.5리터) 나중에 거를 때 기호에 따라 술 양의 0.5-1배
항아리, 찜솥, 나무주걱, 광목천, 베보자기


[술 담근 날. 2011/07/10일]
영농단MT다녀와서 술 담그는 데 동참했다. 어려운 1-2번 과정을 동이선생님과 교장샘이 하셨으니 우린 숟가락만 놓은 셈

고두밥. 먹기는 어려울 정도로 꼬들꼬들하다

누룩을 밥과 잘 섞어 비빈다

항아리에 쌀,누룩,생수를 섞는다

세 동이 중 가장 왼쪽이 우리가 담근 것 (이스트 없음) 가운데는 이스트를 넣은 동이다.



[술 내린 날 2011/07/16일]

일주일 후, 술을 내리러 갔다.


일주일 숙성한 술 동이. 아직 발효중입니다.


세 동이 중 어른들이 만든 동이 두개는 각각 이스트를 넣은 동이와 없는 동이로 구분했습니다.
학부모영농단 동이는 당근 이스트 없는 실험입니다.

술을 담는 다라를 준비합니다

찐 고두밥, 누룩과 함께 넣은 처음 물의 0.5배에서 1배만큼의 물을 섞어줍니다. 한 동이에 5kg의 쌀, 처음 넣었던 물은 7리터였어요. 그래서 다시 넣어주는 물을 6리터로 했죠.

 

물 넣기 전의 술. 여기서 살짝 떠 먹으면 청주입니다.

베보자기에 술을 담고 사정없이 짭니다. 두부 짜듯이.


다들 가시고 소장님,강목수님,동이선생님,그리고 우리만 남아서 술자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술 내린 날에 웬 시판 막걸리일까요? *^^*
막걸리는 살아있는 술, 아직은 거칠더라구요.
한참 동안을 냉장고에서 성질을 죽여야 순해지겠죠.

아까 살짝 떠 낸 청주, 억, 에탄올 올라옵니다.
그래서 우리 막걸리, 도통 술 진도가 안나가서 맹숭맹숭. 클클클..
미리 준비해 둔 강화산 막걸리 3종 세트로 술잔치를 벌입니다.

저, 어제.

저 자리에서 늦게까지 마시다 일순 잃었습니다. 정신을.
새벽에야 찾았는데 우리집 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