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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공부/맛집리뷰

밀면, 내호냉면과 춘하추동

by Anakii 2011. 2. 4.
부산밀면을 검색해 보면 항상 상위에 오르는 두 곳인데, 이번에 가 봤다. (춘하추동은 해운대점)

내호냉면


부산 밀면의 원조집. 예전엔 흥남면옥이었다더라.

이 집 첫인상은 "가격이 무척 비싸네?"
안그래도 인터넷에서 가격이 비싸다 들었는데 오늘은 조금 더 오른 값으로 메뉴판을 바꾸는 날이다. 
쥔양반은 원재료 값이 너무 올라 부득이하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신다.

하지만 먹고 나올 땐 "비싼 게 다 이유가 있고나.  아버지 모시고 다시 와야겠다"    

흠.

메뉴판을 보니 독특한 점이 두가지다. 첫째, 냉면과 밀면이 따로 있고, 둘째,
가격이 무척 비싸다는 점. 
냉면을 뭘로 만드나 물어 보니 고구마전분이란다. 
역시 함흥식. 
별로~ 아냐? 했는데 해안이가 먹고싶대서 
비빔, 물밀면, 냉면을 골고루 하나씩
 
시켜 봤다. 

먼저 나오는 냉면, 저절로 애걔? 가 나온다. 작은 그릇, 조그만 사리, 평이한 얹음꺼리. '보잘것 없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면을 조금 덜어 먹어보고선 "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쭐깃쭐깃 무미해서 비빔장 없으면 먹기 힘든 고무줄 면발이 아니다. 조금 탄력있지만 제맛이 살아있는 면. 이런 함흥식 면을 먹어본 건 처음이다.
그리고 
육수, 아...나무랄 데 없다. 안양 관악관 냉면 육수처럼 은근하고 품위 있다. 이 육수, 최고급!

그리고 밀면.
밀면은 
비싼 만큼 양도 푸짐하게 큰
 대접에 나온다.  은근히 끄는 맛의 육수와 적당히 탄력있는 면. 밀가루지만 순메밀면 못지 않게 은은한 향이 난다. 기본으로 얹은 다대기를 석석 풀어 넣고 후루룩 먹어본다. 
경아씬 비빔밀면. 가오리회와 쇠고기 고명이 푸짐하다. 면을 다 먹도록까지 쇠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한 고명. 이렇게 고명이 푸짐한 것 보도 듣도 못했다. 

메밀 면 매니아로서 이 집에서 완전 새로이 알게 된 사실 두 가지.
물냉면과 비빔냉면은 완전히 다른 음식일 수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처럼 단지 육수냐, 양념이냐의 차이가 아닌데?)
함흥식도 훌륭한 물냉면이 될 수 있다 
(메밀면은 육수, 고구마면은 양념이라는 편견 타파!)

이 집 냉면과 밀면을 먹어보고 나니 함흥식 냉면이 부산에서 밀면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이 느껴진다. 역사적인데?


춘하추동 해운대


육수에 단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진다. 감초 맛. 한약재의 느낌이 강해 아버지와 경아씨는 별로라지만 내 입맛에는 나쁘지 않다. 

면발이 쫄깃하고 새침한 맛이라 순간 라면? 했는데, 아주 세련된 기성복을 입는 느낌이다. 약간 과식했지만 먹은 후에 모두들 속이 편하다고 하니 아주 질 좋은 면을 뽑는 집이라고 느꼈다.

비빔장은 살짝 달큼했지만 내 기준으로는 상위급. 얹음꺼리도 푸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