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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8 북유럽, 발리

1월 25일 헬싱키-상트 페테르부르그 (알레그로 국제열차)

by Anakii 2018. 2. 6.

2018.1.25(목) 헬싱키 - 상트페테스부르크 (알레그로 국제열차)


아침 3시반에 일어났다가 다시 잔다. 늦을까봐 알람을 맞췄는데도 깊이 못 잔다. 5시에 일어나 짐을 싼다. 남편이 폰으로 2인 표를 끊는 법을 알아냈다. 날은 춥지 않으나 비가 내린다. 33분 첫 트램을 타고 역 앞에 온다. 5시 반에 문을 여는 S마트가 있어서 들어가 필요한 것을 산다. 핀란드의 마지막 수퍼다. 

역에는 이미 열차가 와 있다. 고속철 알레그로를 탄다. 내부는 1등석 급으로 넓고 좋다. 우리는 개 칸에 탔다. 남편이 노렸듯이 다행히 새벽이라 개는 없다. 러시아 사람들이 많다. 6시 35분에 출발한다. 크루아쌍과 과일, 맛있는 종합 과일쥬스를 먹는다. 옆의 러시아 청년들이 상트가는 표가 아니라 헬싱키 오는 표를 가지고 타서 다른 언니가 러시아 차장과 얘기한다. 아마 잘 해결해준 듯 하다. 어떻게 표를 그렇게 끊었는지 신기하다. 

피곤해서 정신없이 잔다. 남편도 상트를 검색하다가 잔다. 풍경이 러시아식의 집들과 숲으로 바뀐다. 국경을 통과하면서 보더 컨트롤이 출입국 심사를 한다. 한국인은 늘 무사 통과다. 

10시 50분에 상트의 핀란드역에 내린다. 옷차림이나 제복입은 사람들이 완전 러시아식의 모습이 되었다. 옷차림이 더 투박하다. 기온이 영상이지만 바람이 맵다. 그래도 북극권에서 왔으니 이건 기온도 아니다. 아주 포근한 거다. 근처에 휴대폰 대리점까지 걸어가서 유심을 사서 끼운다. 온통 삼성폰을 판다 비싼건 140만원이다. 전철역에서 5,000 루블을 인출한다. 황당하게 달랑 한장이 나온다. 잔돈을 만들기 위해 수퍼에 간다. 물건의 가격이 저렴하다. 무거운 가방을 매고 1시간 반을 걷자니 몸이 피곤하기도 한데 힘겹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영어가 전혀 안되니 차타는 것 하나도 물을 수가 없다. 숫자도 잘 모른다.

어쨌든 남편이 방향을 잡으며 헤메다가 트램을 찾아서 탄다. 차장이 돈을 받는다. 작은 돈을 준비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중심부의 크리스토프 호텔에 온다. 별 3개 짜리라 꽤 좋은데도 값이 싸다. 하루에 4만원도 안된다. 아침은 7시 반이다. 12시 반에 조기 체크인을 하고 방에 왔다. 역시 냉장고에 금고도 있고 화장실에는 샴푸 등의 작은 용기들이 있다. 방도 현관을 지나 따로 있다. 남편이 맥주 발치카 7이 너무 맛있다고 한다. 머리도 띵하고 너무 힘들어서 자버린다. 3시에 일어난다. 빵과 연어 샐러드를 먹는다. 

3시 반에 나간다. 버스를 타고 겨울궁전에 간다. 돈을 받는 차장의 모습이 남편은 오히려 좋다고 한다. 전통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옛스럽다. 에르미타쥬 박물관 외관을 보고 입장 시간과 요금을 확인한다. 내일은 밤 8시까지 입장이다. 박물관 건물 위에 입상들이 많다. 날이 흐리니 음산해 보인다. 그 앞의 드넓은 광장에 간다. 위에 마차를 탄 동상이 얹혀져 있다. 멋있다기 보다는 너무 지나치게 크다. 날은 음울하고 길은 걸쭉하다. 눈이 녹아서 온통 죽사발이다. 조심해서 걷지 않으면 고인 물에 빠진다. 걷기 힘들다. 

유명하다는 해군성 건물을 지난다. 오래된 거대한 나무들이 두 개 넘어져 있다. 아직 속이 축축하다. 아마 죽은 건지 베었다. 박물관으로 변한 성 이삭 사원을 지나쳐서 걸어간다. 사람이 많은 카페에서 베리를 잔뜩 얹은 크림 페스츄리, 커피, 푸딩을 먹는다. 빵이 고급진 북유럽에서 와서 그런 것인지 맛이 별로 없다. 앉아서 먹거나 식사용 빵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푸딩은 매우 느끼했다. 그래도 앉아서 잘 쉬었다. 커피는 맛있다. 나와서 쇼핑몰 갈레리아에 간다. 가게를 몇 군데 보고 푸드 코트에 간다.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햄버거에 온갖 패스트 푸드로 가득하다. 그나마 초밥이 있다. 맛있게 잘 먹었다. 걸어서 숙소로 향한다. 수퍼 두 군데를 들러 과일과 맥주, 아이스크림을 사고 온다. 남편이 러시아 맥주가 싸고 좋다고 잔뜩 사왔다. 술의 나라답게 역시 아무데서나 술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쇼핑몰 푸드 코트에서도 너도 나도 맥주였다. 대형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먹는다. 냉동실이 있어서 가능하다. 팡파레 맛이다. TV 프로그램도 고요하고 정적이던 핀란드와는 달리 미국식이다. 진행이 정신없다.10시 반에 잔다.

아나키 ~ 6;20분 헬싱키중앙역에서 상트 행 알레그로를 탔다. 새벽 첫차라 무척 저렴한 요금이었다. 78€/2명. 이 열차가 아니면 가격이 많이 올라갈 뿐더러 이 때 출발해야 상트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여러 모로 좋았다. 

열차에 올라 한 시간 쯤 지나니 핀란드쪽 출국절차를 위해 여권을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 주었다. 간단하다. 또 한 시간 너머 러시아 국경을 지나니 러시아 입국 심사를 위해 러시아 직원이 다닌다. 그 전에 세관신고 관련으로 직원이 다니면서 택스 관련 물품 있냐고 건성으로 물어보고 다닌다. 우리 옆 러시아 친구들은 짐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지만 우리는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통과다. 

요즘 여행하면서 한국여권이 편리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데 어느 나라를 가든 우리 여권을 받아든 직원들 표정이 밝고 우호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동유럽쪽에서는 코리아- 하면서 반갑게 여권검사를 하기도 한다. 

십 몇 년 전, 태국으로 이주해 살던 한국인이 자신은 여행을 하는데 한국보다 태국 여권이 더욱 나으리라 생각한다는 글을 썼고 어느 정도 공감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것도 격세지감이다. 특히 작년, 개발국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독재정권을 평화적으로 탄핵시킴으로써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전세계에 알렸던 나라라서 자부심이 더한다. (반면, 그런 이상한 정권을 민주적으로 선출했다는 창피함도 들지만)

십년 전 러시아 여행 때는 비자와 초청장도 있어야 하고 거주지등록도 매번 해야 해서 스트레스일 이상 체류가 많았었다. 다시는 러시아 안 올거라고도 했는데 얼마 전부터 비자,초청장 절차가 없어지고 거주등록도 7일 이상 체류할 경우에만 해야 하니 이번처럼 3일간 단기 체류 여행에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핀란디스키 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MTC텔레콤에서 유심부터 사야겠다. 다행히 역 바로 앞에 통신사 대리점이 있다. 

현금이 필요해 ATM에서 5천루블 뽑았더니 거금 5천루블권 한 장이 딸랑 나온다. 어쩔 수 없으니 근처 수퍼에서 먹을 것 좀 사고 잔돈을 만들었다. 

버스 노선은 구글맵에서 알아 보았고, 버스에 타서 안내원 여성께 현금을 내고 작은 영수증을 받는 것으로 성공. 십 몇년 전 태국 여행할 때 이랬었는데. 

러시아는 이런 점이 좋다, 사람 냄새 나는 것. 효율성을 따져 안내원을 없앤 유럽각국과 우리나라 등등, 더 바빠지고 일자리는 줄었고 한 명이 부담해야 하는 업무량은 늘었다.

모스크바와 상트, 대표적인 도시지만 대중 교통 시스템도 다르다. 세계화 표준화가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지역화되고 서로 다른 게 더 좋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불편한 가운데 새로운 것을 느낄려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니까.


버스표 2.2*2=4.4, S마트 8(종합 과일 쥬스 3, 연어 3, 샐러드 1.3, 과자 1.3), 알레그로 고속철도(헬싱키 - 상트) 39*2=78유로, 크리스토프 호텔 3일 115,800원, 유심 300루블 / 5,000루블 인출(약 100,000원), 수퍼 267(오징어 149, 발치카 60, 홍합 59), 카페 418(아메리카노 170, 빵 118, 푸딩 130), 튀김롤 249, 캘리포니아롤 389, 데일리 미니 수퍼 481(물 55, 아이스크림 58, 쥬스 133, 요구르트 56, 오렌지 2킬로 171), 동네 리만 수퍼 584(아이스크림 150, 나머지 술), 차비 40*6=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