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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8 북유럽, 발리

1월 12일 플롬에서 보스 (송네 피요르)

by Anakii 2018. 2. 6.

2018.1.12(금) 플롬 - 구드방겐 - 보스


아침 5시에 일어난다. 책을 보다가 7시에 빵, 오트밀을 먹는다. 나만 내려가서 미스터 리 라면 닭맛 하나 남은 것을 끓여서 먹는다. 어제 남편은 라면을 먹다가 체했다. 나도 평소 안먹던 것이라 먹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라면은 안 살거다. 장흥에서 가져 온 녹차를 우려서 담는다. 오늘은 영하 9도라고 하는데 나와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8시 50분에 나간다. 공기가 아주 시원하고 상쾌하다. 하늘에 가느다란 눈썹 달이 떠 있다. 9시 10분에 페리에 온다. 주변을 구경하다가 탄다. 거대한 배에 10명도 안 탄다. 

페리는 9시 반에 물 흐르듯 플롬을 떠나 올란드 피오르로 간다. 물이 검게 보인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물론 추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안에 들어가서 넛트류와 말린 과일을 먹고 있다가 다시 나온다. 배는 물길이 없을 것 같이 첩첩이 겹쳐진 높고 깊은 산 사이에 난 물길을 따라 간다. 물이 흘러내리며 그대로 얼어 붙은 바위들, 물 가에 바짝 내려와 앉은 집들을 보며 고요히 간다. 페리가 소리도 별로 안난다. 뾰족한 피크 부분을 왼편으로 감돌아 더 좁은 뇌레이 피오르의 물길로 간다. 바람골인지 바람이 세진다. 협곡으로 더 들어가자 검고 고요한 물 위로 아름다운 산이 그대로 반사된다. 그런데 실제 모습보다 검은 물거울에 반사된 것이 더 아름답다. 완전 대칭을 이룬 풍경이다. 부분 부분 바다 위에 얇은 살얼음이 생기기도 한다. 어떻게 호수보다도 더 고요한 바다가 있는 것인지. 잔 물결 하나 없다.  춥지만 아름다운 수면 위를 떠날 수가 없다. 천상의 풍경이라 해야 할 것이다. 비현실적인 그림 속에 던져진 것 같다. 피오르 관광은 사람이 없는 이 계절의 적막한 느낌이 적절한 듯 하다. 풍경 자체가 명상이다. 베르겐에는 비가 온다는데 여기는 하늘에 구름도 없이 청명한 날이다. 2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11시 반에 구드방겐에 내려 주변 구경을 한다. 물이 깊어서 검게 보였을 뿐 항구 근처는 푸르고 깊다. 기둥에 불가사리가 붙어 있다. 바다가 틀림없다. 송네 피오르의 깊은 곳은 수심이 1,300m 라고 한다. 다리도 올라가 본다. 역시 물이 비현실적으로 맑고 투명하다. 고기 한마리도 없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고요한 물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타고 온 피오르의 풍경은 캐나다의 레이크 루이스 같기도 하다. 기념품 점에도 간다. 물 가에서 사진을 찍는다. 역시 정말 맑다. 12시에 노르웨이 인 어 넛셸 셔틀 버스를 탄다. 한동안 달리다 보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해가 난다. 해가 나는 화사한 길을 따라 눈밭이 펼쳐져서 보석처럼 반짝인다. 오랜 만에 보는 햇살이다. 얼어붙은 호수 주변에 안개가 서려 햇볕 속에서 더 멋지게 빛난다. 아주 가파른 지형에도 집들을 지은 것이 놀랍다. 험난해 보이던 산지가 터널을 지나자 완만해진다. 영동에서 영서로 온 느낌이다. 피오르는 가파른 강원도 정도로 보면 된다. 물론 산의 규모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압도적인 규모이다. 큰 덩어리가 거대한 고래나 들소처럼 보인다. 괴물이 그대로 벌떡 일어설 듯 하다. 바이킹들과 어울리는 산세이다. 남편은 이 사람들의 말투도 강원도 사투리 비슷하다고 한다.

1시간을 달려서 보스에 내린다. 이곳은 안개가 자욱하다. 하루에 몇번이나 날씨가 달라지니 신기하다. 숙소는 보스역  바로 위에 있다. 놀랍게도 30평이 넘는 집 독채다. 방이 네 개나 있다. 넓은 창이 두 개 있는 큰 거실에 주방도 좋고 전체가 따끈하게 난방이 된 완전한 집이다. 각종 소스와 기름도 있다. 그런데 갈 때는 식탁 위에 현금으로 내고 가야 한단다. 어쨌든 앞이 훤한 마당에 큰 나무도 있는 엄청난 집이다. 우리 빵과 남겨진 과자를 좀 먹고 보스 시내에 간다. 주방이 훌륭하니 뭐든 해먹을 수 있다. 나가서 숙비 낼 현금을 뽑았다. 환전보다 역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이 수수료가 낫다. 엑스트라 쿱에 가서 여러가지를 산다. 남편은 생대구 필레도 샀다. 보스 시내는 작고 딱히 볼 것은 없었다. 여름에는 카약킹, 자전거, 스카이 다이빙 등 갖가지 액티비티를 하는 곳이다. 숙소 앞 수퍼에서 돼지 등심도 산다. 집에서 먼저 연어 초밥을 먹고 파프리카와 마늘, 양파를 듬뿍 넣어 베르겐 어묵, 대구 필레 지짐, 등심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어묵은 거의 두부맛이다. 남편은 대구도 맛있게 막는다. 나는 등심을 많이 먹었다. 남은 것은 아침에 먹고 도시락을 쌀거다. 주인에게 지불할 잔돈이 부족해서 한번 더 나간다. 산비탈의 집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안개가 다 걷혀서 맑다. 성당을 지나 키위 수퍼에 간다. 블루베리 하나 샀다. 꼬마들이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고 서릿발이 가시처럼 돋힌 나무가지를 찍는다. 온통 주변의 나무들이 하얗다. 

집에 와서 블루베리를 먹는다. 맛이 없다. 내일 울빅과 에이드피오르에 가는 방법을 남편이 검색한다. 그런데 하르당에르 피오르는 남편이 아무리 정보를 찾아도 없다고 한다. 책에는 별다른 말이 없었는데 겨울에는 운영을 안한다고 한다. 이럴 수가... 결국 버스나 기차로 베르겐에 가야 하는 건가... 허망하다. 오늘 본 것이 피오르의 전부였다니... 겨울에는 사람이 많이 안오니 아예 운영을 안하는 거다. 오늘도 비싼 페리를 운영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다행히 남편이 울빅까지 들어가지는 않고 버스를 타고 하르당에르 피오르를 따라 갈 수 있는 노선을 찾았다. 시내버스를 타고 그란빈에 내렸다가 다시 노르헤임순에 가는 버스를 탄다. 노르헤임순이 노르웨이에서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해서 잠깐 들를 수 있으면 내리려고 한다. 여기서 베르겐가는 버스는 많다. 가격은 원래 페리가 1인 400이 넘으니까 비교해서 파격적으로 싸게 갈수 있을거다. 오따도 들렀다 베르겐으로 갈 수 있으나 너무 멀다. 숙소가 여건이 좋으니 잘 씻고 자야겠다. 남편은 늦게까지 스톡홀름 숙소를 예약하고 헬싱키 숙소를 새로 예약하느라 늦게 잔다. 이곳은 완전 집처럼 편안해서 외국에 있다는 느낌이 안든다. 우리나라 펜션에 있는 것 같다. 방도 침구가 포근하고 난방을 해서 따뜻하다.


플롬 - 구드방겐 페리 1인 335*2= 870, 노르웨이 넛셸 보스행 셔틀 버스 115*2=230(현금), 하트 오브 보스 987(현금), 엑스트라 마트 : 술 102(맥주 47+55), 353(베이컨 16, 블루베리 15, 연어 60, 초밥 78, 베르겐 어묵 400g 43, 귤 16, 대구 필레 600g 61, 파프리카 300g15, 마늘 20, 요거트 10, 소시지 어묵 9)  동네 마트 현금 47(양파 5, 돼지고기 등심 500g 42), 키위 블루베리 15(현금) / 현금 인출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