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G/영농일기

고구마 수확

by Anakii 2013. 10. 20.

6월 3일 파종한 고구마. 남들은 10월 초에 수확하던데 고구마 밭 상태도 좋지 않고, 오래도록 맑은 날을 보며 기다리다가 오늘 드디어 캤다.

"나, 우리 고구마, 아무래도 망한 것 같아."

내가 재배를 도와 준 고창초등학교 고구마는 풍년. 우리 밭 고구마는 아무래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북쪽 밭 작은 고랑 고구마 줄기를 걷었다. 삽으로 가장자리를 뒤집으려 고구마를 본다.

"학교 고구마는 한 줄기에 일곱개씩 달리던데, 우리 건 어떨라나?  애걔... 나오는게 없잖아."

2m정도의 고랑을 뒤집었지만 나오는 고구마는 손에 들고 갈 정도. 그 다음 3m 정도 고랑에서 나온 걸 합하니 겨우 3kg짜리 박스에 들어갈 만 한 양이다.

기대하는 고랑은 남동쪽의 긴 고랑. 땅이 푸실푸실하고 좋아서 기대는 하는데, 거의 한단(100개)심은 고구마 중 막상 살아 있는 줄기는 30여개 정도? 그것도 한 뿌리당 한 두개씩만 달려 나온다.

밭 위쪽(서쪽)의 긴 고랑 역시 실태는 비슷하다. 살아 있는 개체 수가 적다.

마지막으로 마늘 길렀던 너른 두둑. 두둑이 높지 않아 기대할 것이 없었고, 역시나 너른 면적에 비해 나오는 약은 극히 적다.

"우리 힘 안들게 해주려고 이렇게 조금씩 나오나 봐."

"힘들 줄 알았는데 간단히 끝나겠네?"

올해도 멘붕 상태.

다 가져와 베란다 데크에 널었다. 그런데 경아 왈.

"앗, 밤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잖아. 고구마는 실온에 보관해야 하는데"

맞다. 다시 다 모아 와서 2층 방에 돗자리, 신문 깔고 다시 펼쳤다. 한 달 쯤 말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