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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2009/10/05 고려산 백련사

by Anakii 2009. 10. 5.

연휴는 지나고 단기방학을 핑계로 몸을 추스리는 날. 다시 고려산에 가기로 했다. 휴일에 집에 있으면 뭐하겠나 좀이라도 몸을 움직여야지 하고.

다시 찾은 청련사는 은행 향취 고리고리했지만 다른 산에서 느낄 수 없는 서늘하고 상쾌한 느낌을 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몸을 감싸는 청량감.

 

와! 오길 잘했다.

 

청련사 옆구리를 따라 잠깐 올라가니 백련사로 가는 샛길이 나온다. 일전에 왔을 때 한 번 가 봐야지 하던 길.  가는 길은 인적 하나 없다.

가을인지라 봄 못지 않게 쑥부쟁이,산국 자태를 뽐내고, 여름의 후덥지근함이 사라진 산길은 잠뱅이 핫바지 달랑 걸치고 나선 차림이 기쁘기 그지 없도록 시원하다. 산행길에는 등산복, 추리닝 다 볼 것 없이 역시 잠뱅이가 최고다.

 

산등성이에 올라 잠깐 군것질하면서 주변을 느껴 보니까, 아예 며칠 동안 이런 곳에서 일할 량으로 노트북 들쳐 메고 텐트 챙겨서 오는 게 어떨까 싶다. 물론 소주는 필수다. ㅎㅎㅎ.

백련사 가는 길에는 산길에 뜬금없이 도로가 연결되어 있더라. 멀리 보이는 아스팔트 길을 백련사 지붕(기와지붕 까맣지요?)인 줄 알고 허위허위 내려갔다 왕실망했기 때문에. 그래도 백련사 법당에 잠시 앉아 있으니 정말 산사가 이런 곳이구나 싶을 정도로 편안해졌다. 삼배를 마치고 마음을 추스리려 잠시 쉬었다.

백련사 옆길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밥을 따러 나선 사람들이 참 많다. 몇 몇 분은 큰 비닐 봉지 가득 밤을 따오셨기도 하고 올라가는 등산 길 양 옆으로 밤 딸 요량으로 등산로를 벗어나 있는 분들이 자주 보인다. 경아씨가 길가에 떨어진 밤 하나 주워 까서 입에 넣어주는데 참 고소하긴 했지만, 저이들처럼 저리도 밤을 훑어대면 산의 작은 친구들은 뭐 먹고 사나 하는 걱정도 든다. 저래 열심히 주워 봤자 시장에서 사는 거 생각하면 얼마나 될 것이며 따온 것을 올바로 다 먹기나 하겠는지...

 

등성을 다 올라가니 군부대 가는 도로와 또 만난다. 이 도로는 내려가는 길 쪽이 군사보호구역이랜다. 전에 정상에서 본 길이 이건데 어차피 차 가지고 올라오지는 못할 곳이었나 보다. 온리 군용이라서. 길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고지대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좋다. 길가에 마련된 철쭉 관망대는 넖(!)찍해서 쉬기에 무척 좋았지만 철쭉이 만개하는 봄철엔 아마 발 디딜 틈이 없을 테지. 봄철에 친구들 다 불러서, 막걸리 옆에 차고 철쭉 구경하면 좋겠다.

 

(촬영 : 미녹스M5 - 라이카 M3미니어쳐 & 엘지 아르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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