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9 길상산 산행

TRAVEL 2009. 5. 24. 19:08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마니산의 맞은편에 이름도 멋진 길상(吉祥:길하고 상서롭다)산이 있다. 얼마나 빼어났으면 저런 이름을 지었을까 하고 한번쯤 올라가고 싶었는데, 결국 오늘 올랐다.

아침 6시, 강화도라 사람들 몰리기 전에 일찍 다녀오려고 서둘렀다. 다른 이들은 아직 휴일의 달콤한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라 길은 시원스럽다.

산을 왼쪽에 두고 훑어 가며 오를 만 한 곳을 찾아 보는데, 쉽지 않다. 이런 동네산 같은 경우 마땅한 등산 지도가 없어 무작정 찾아 가야 했다. 대략 한우를 많이 키우는 마을 쯤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냥, 무작정 오른다. 계속 올라가면 꼭대기에 닿겠지 하고. 조금 걸으니 산을 깎아낸 곳을 지나서 과수원에 닿는다. 손길이 많이 가지 않아 옛 향취가 풍기는 과수원. 조개나물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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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지나 산비탈을 깎아 뭔가 지을 요량으로 만들어 놓은 울타리도 지나 수풀을 헤치고 간다. 송화가루가 날리는 계절이라 헌 축구화에 송화가루가 가득 묻는다. 분명 길은 없지만 올라가기는 어렵지 않다. 나무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자라고 있고 간간이 아늑한 쉼터도 자연스레 만들어져 있다. 잠깐 쉬며 아침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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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소나무가 주종이었나 보다. 하지만 활엽수들이 하나 둘 몰려 와 손을 하늘로 하늘로 뻗고 있다. 어서 소나무 그늘에서 벗어나려 일단 키를 키우고 본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걷는 높이에는 우거진 나무가 없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걷기에도 무척 편하다. 길이 없지만 이리도 편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니. 하도 나무들이 예뻐 잠시잠시 앉아서 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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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며 수북히 쌓인 낙엽은 작은 곤충들의 훌륭한 보금자리가 되었겠지. 그리고 그들을 먹이로 하는 거미도. 자세히 살펴 보면 촘촘한 거미줄에 송화가루가 소복히 쌓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거미에게는 사냥도구가 온전히 노출되니 대략 낭패겠지만. 높게 뻗은 나무가지 사이로 햇살이 퍼져 와 더욱 부드러운 표면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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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참나무, 서어나무, 소나무, 떡갈나무 모두  한 족보 하는 나무들이다. 여기에 기생하는 담쟁이덩굴까지 가세하니 마치 원시림 속을 걷는 듯 하다. 게다가 재빨리 영역을 확장하려 아래서부터 뻗어 올린 가지들을 보면 키리쿠와 마녀에서 아이들을 잡아 가던 보자기나무(^^)가 떠오른다. 아마 내가 그 안에 들어 갈 수도 있을 거야. 산길은 힘들지 않지만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이라 자주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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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는 동안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이 산엔 진정 길이 없는가? 매번 반문한다. 내심 좋기도 하다. 산의 품에 온전히 안겨 있는 느낌도 나니까. 하지만 끝을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뒤로 돌아갈 까 했지만, 돌아가는 길을 온전히 알 지도 미지수. 산에서 길을 잃으면 무조건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우리도 그 이치에 따른다. 걷다 보니 예쁜 자벌레 한 마리 안경에 붙었다. 힘도 좋지. 저렇게 몸을 바짝 들고 서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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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흐름이 완만해졌다고 생각 될 무렵, 아니 산 자락에 나무가 뜸해지고 넓어졌다는 느낌이 나오는 지점에 길일지도 모르는 자국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향하다 나뭇가지에 매여진 빨간 리본을 발견했다. 아, 길이 있다는 이야기다. 빨간 리본을 따라 산 자락을 타고 올라 가니 길이 보인다. 아, 이 산에도 길이 있었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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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나는 새로운 들꽃들을 찍어 보려고 사진기는 가지고 다니고 있지만 그게, 신통찮다. 오늘은 이름 모르는 녀석들을 몇 컷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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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에 오르니 나무들은 키가 작아지고 길 양 옆으로 애기나리가 그득하다. 땅이 촉촉하단 말이겠지. 나무들은 작고 귀여울 정도인데 그 가운데 난 오솔길 역시 조막만하고 예쁘다. 이런 길이라면 몇 번이고 올라도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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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따라 20여분 갔을까?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은 아늑한 관목으로 둘러 싸여 있고 정자가 반쪽 모양으로 관목을 바라보도록 되어 있다. 물론 전망대의 역할도 한다. 누가 만들었는지, 꽤나 자연을 거스르지 않도록 만들었군. 정자에는 한 분이 먼저 오셔서 쉬고 계신다. 우리와는 반대쪽에서 오신 분이다.  조금 있다 보니 제3의 길에서 부부 한쌍이 올라오셨다. 정상으로 올라오는 세 갈래 길에서 각각 출발해 정상에서 만난 세팀. 뭔가 시적인 분위기 아닌가? 인사하고 소박하나마 서로서로 싸 온 과일들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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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오는 길은 일단 정해진 길로 내려 오기로 한다. 오솔길로 줄곧 내려간다. 계속 내려가면 로얄호텔에 닿을 거라고 아까 정상에서 만난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내려가다 보니 마니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길 가 풍경은 소박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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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래 동안 내려간다고 생각되었다. 올라올 땐 산비탈을 가로질러 왔기에 빨랐지만 아무래도 길이라서 길다. 게다가 로얄호텔까지 내려가면 우리 차 있는 곳까지 한참을 찻길로 걸어야 한다. 그래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곳부터 길을 버리고 산비탈을 타고 곧바로 내려 왔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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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가 잘 못 넘어져 밤톨가시의 집중 공격을 손바닥에 받은 사건을 제외하고는.

다 내려 오니 아침에 잠깐 들렀던 시골 마을 어귀의 밤나무 과수원이다. 한우를 키우는데 꽤 공을 많이 들여 위생적으로 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동차에 도착하니 11시다. 오전 중으로 끝낸 상쾌한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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