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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8 북유럽, 발리

1월 19일 투르쿠와 헬싱키

by Anakii 2018. 2. 6.

2018.1.19(금) 투르쿠 - 헬싱키 


시간을 잘못 맞춰서 5시 반에 일어나 빵과 쥬스를 먹는다. 씻고 짐싼 후 다시 잔다. 이상하게 더 졸립고 피곤하다. 배에서 자는 것이 어쩐지 둘 다 힘들다. 7시 반에 대기하다가 사람들과 밖으로 우르르 나간다. 하루 교통권을 끊는 곳이 없다. 남편이 핸드폰으로 끊는데 한장 밖에 안 된다. 개인표를 끊는 곳도 모르겠고 짐을 라커에 넣을까 말까 고민하며 우왕좌왕한다. 한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도와줄까 물어 보시는데 남편이 일정 의논 중이라고 하니 "Sorry~" 하신다. 처음에는 계속 주위를 맴도니 무슨 의도가 있나 의심했다. 그 사이 버스가 떠나서 다른 곳에서 타려고 밖을 돌아 다니다 없어서 다시 터미날로 온다. 결국 그 할아버지가 버스가 곧 온다고 타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전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우리를 보고 있었던 듯 하다. 24시간권을 한 명 밖에 못 끊었다고 하니 버스비 내 것을 같이 계산해 주셨다. 오스트리아 분이신데 처가 핀란드 사람이다. 투르크와 오스트리아 두 곳에 집이 있다. 뉴욕에 사는 아들의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신다. 전직 IT 업계에 계셔서 뉴욕에도 사셨고 은퇴하셨단다. Norbert 할아버지는 메일 주소도 주시고 시간나면 언제든 내년이라도 투르쿠 집에 머물라고 하신다. 평창올림픽에도 관심이많으시다. 주로 포르투에서는 자전거, 수영, 크로스 컨트리를 하신단다. 어찌나 친절하신지 정말 고마웠다. 우리 내릴 곳도 기사에게 알려주라고 당부하고 내리신다. 기다리며 손을 흔들어주시는 배려까지 하신다. 완전히 귀인을 만났다. 

버스 터미널 라커에 짐을 넣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밝아오는 아침길을  걸어서 카우파토리 노천 시장에 간다. 벌써 판을 벌이느라 분주하다. 과일 값이 많이 싸졌다. 한번 둘러 보고 내부 시장에 들어간다. 베트남 쌀국수를 시킨다. 실망이다. 완전 조미료 맛에 짜다. 꾸덕한 생선이 더 들어있는 것이 특이했다. 천천히 먹고 쉰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충전까지 약간하며 해안에게 돈을 부쳤다. 

9시 50분에 걸어서 투르쿠 성당에 간다. 규모가 엄청 크고 내부가 넓다. 전체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단정하며 장엄한 느낌이다. 벽돌로 쌓아 올린 높은 천장이 차분하고 아름다웠다. 나와서 행인에게 투르쿠 성에 가는 버스와 표 사는 법을 물었다. 1번 버스 타는 위치와 버스표는 차 안에서 사라고 알려준다. 3유로 란다. 친절하다. 버스정류장에 가서 다시 사람들에게 물으니 두분이 동시에 어디서 타야 할지 알려주신다. 아까 갔던 시장 앞이다. 버스표는 2시간 동안 유효하다. 1번 버스에 10시 45분에 탄다. 12시 45분 시간이 찍힌 표를 준다. 10분 정도 가다 내린다. 페리 터미널 근처다. 

성은 13세기 중세의 모습 그대로다. 영화를 찍어도 그 때 같아서 실감날 거다. 성안의 만화같은 작은 문이 입구다. 들어간다. 1인 11유로다. 짐 맡기는 곳의 라커는 아예 열쇠가 없다! 옷도 옷걸이에 그냥 건다. 작년에 암석교회 갔을 때도 엄청난 양의 옷들이 모피까지 그냥 걸려 있었다. 믿고 사는 사회에 왔다. 특이하게도 곳곳에 직원들이 중세복을 입고 안내한다. 안내가 있어야 한다 싶을 정도로 심한 미로다. 투르쿠에는 중세 축제가 있다. 주민들이 중세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벌인다. 음식도 한다. 그때 오면 재미있을 거다. 좁은 미로와 같은 성의 내부를 굽이굽이 돌며 하나씩 본다. 당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있다. 

특히 중세복을 그대로 입어 볼 수 있는 방은 아주 특이했다. 각종 모자들, 갑옷, 어린이 옷, 여자, 남자 의상들이 다양하다. 대충 만든 옷들이 아니다. 꼼꼼하게 만들어서 신기하다. 역시 중세복을 입은 여자 직원이 설명도 하고 옷을 권해준다. 옷을 입어보니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이 실감난다. 남편은 사슬 갑옷이 너무 무거워서 입을 엄두를 못내고 나와 함께 모자 하나를 겨우 들어서 썼다. 윗도리 사슬 옷이 12킬로, 사슬 모자 3~4 킬로, 철모가 2킬로 정도라 사슬 모자 하나 써보기도 버거웠다. 남편은 두툼한 병사용 겉옷 윗도리가 마음에 든단다. 여자 옷들은 입으면 아주 예쁘다. 모자가 달린 발까지 오는 망토는 하나 만들어 입고 싶을 정도다. 옷 입다가 시간을 다 보내서 빨리 돈다. 심지어 기념품점에는 중세 어린이옷, 여성복을 판다. 여성복은 20만원이 넘지만 멋지다. 지하 감옥, 왕의 침소, 어린이 방 등을 지난다. 

유난히 길이가 짧은 침대를 다른 나라에서도 보았기에 어른용이 맞느냐고 물으니 맞단다. 더 길게 뺄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이해가 간다. 그런데 중세 사람들은 완전히 누우면 영혼이 달아난다고 생각해서 기대어 잤다고 한다. 신기하다. 나머지 홀, 교회, 다양한 장신구와 의상들이 있는 공간을 얼른 보고 12시 25분에 나온다. 겨우 한시간 반을 봤다. 더 꼼꼼히 볼 시간이 없어 아쉽다. 아주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중세 성의 내부 공간을 본 것 하나 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다.

12시 28분에 버스를 탄다. 기사님이 표를 유심히 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광장을 지나 터미널에 내린다. 47분이다. 2시간권을 유용하게 썼다. 짐을 꺼내고 기다리다가 1시 20분에 온니버스를 탄다. 2층 뒷자리다.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부는 바람에 파카를 입고 모자쓰고 잔다. 거의 뻗었다. 2시간을 자고 나니 머리가 띵하다. 눈이 쌓인 침엽수림 이 펼쳐져서 핀란드 답다. 아프니 정신 차리려고 아무거나 주섬주섬 꺼내어 씹는다. 버스는 중간 중간 서고 간다. 다시 잔다. 

4시 쯤에 헬싱키 버스터미널에 내린다. 버스를 타고 숙소 앞에 온다. 아파트는 매우 좋다. 빌트인 옷장이 쫙 펼쳐져 있는 입구와 편안한 소파, 아주 높은 침대가 특이하다. 점심을 걸러서 먼저 남은 빵과 훈제 연어를 먹는다. 수퍼에서 장을 보러 나갈까 하다가 냉장고에 남겨두고 간 식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든다. 기름에 생선 두 조각, 소시지 2개, 셀러리, 방울토마토, 미트볼을 넣고 어묵스프를 뿌린다. 먹다가 마카로니를 삶아 다시 남은 재료를 섞어 볶았다. 천천히 먹고 샤워 후 자려고 했다. 해안이와 전화 통화도 한다.

카모메 식당에 나왔던 이르왼카투 수영장이 오늘 여자들만 가는 날이다. 가 볼까 검색을 하다가 몸도 불편하고 시간도 늦어서 포기한다. 그런데 씻고 쉬고 나니 다행히 몸이 점점 나아진다. 뜨거운 물에 씻어서 그런가 아니면 집처럼 편한 숙소라 그런가. 어쨌든 우린 핀란드가 맞는다. 남편도 투르쿠부터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8시에 숙소 앞 마트에서 오렌지, 아이스크림 등을 사온다. 핀란드 TV도 보고 Norbert 아저씨가 보낸 문자에 답장을 한다. 광고에 오지 오스본 노래가 나온다. 북유럽은 멜로디 메탈 강국이다. 핀란드가 유로비전송 컨테스트에서 우스했던 헤비 메탈곡을 듣는다.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과 가두 행진을 했는데 54만 헬싱키에서 10만이 모였다고 한다. 여기서 우승하는 게 꿈이었던 나라이니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유머가 있다. 지니가 핀란드인에게 "날 불러줘서 고마워!  소원을 말해 봐."라고 한다. "러시아에게 빼앗긴 카렐리야를 주세요." 하니 "음.. 그건 좀 어려운데 다른 걸 말해 볼래?"라고 한다. 그래서 "그럼.. 유로비전에서 우승하게 해주세요."라고 한다. 지니가 "자... 그럼 다시 지도를 가져와 볼래?"라고 한다. 어린이 메탈을 하는 헤비사우루스의 곡도 유튜브에서 본다. 어린이 삶의 애환을 담고 있다. 우리는 헤비사우루스의 팬이 되었다. 곡이 괜찮다.  오렌지를 2개나 먹고 파스타도 더 먹었다. 10시에 마트에 오렌지와 쥬스를 사러 나갔으나 9시에 문을 닫았다. 조금 걷다가 들어온다. 상트는 비수기라서 인지 의외로 숙소가 매우 싸다. 심지어 조식, 석식을 주는 곳도 있다. 3일에 별 세개 짜리 10만 오천원에 조식 주는 숙소를 예약했다. 루블화가 많이 싸졌다. 자야겠다.

락커 짐 키핑 4유로, 쌀국수 11, 투르쿠 버스비 10(3+7.5), 헬싱키 9*2=18, 투르쿠 성 11*2=22, K마트 11.4(롱 드링크 3.4, 크바스 1.8,  오렌지 1, 아이스크림 3.5+1, 크루아상 1) 시티 아파트먼트 알버틴 카투 8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