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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공부/IDEA

나는 우리나라의 광기가 두렵다.

by Anakii 2010. 4. 27.
언젠가는 부동산 "투기" 라고 했다. 복부인이라고 부동산에 미친 아줌씨들을 비하하는 말도 있었다. 부동산으로 돈 벌기를 바라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었다. 왜냐면, "음식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죽일 놈" 이라는 투의 도덕관념이 엄연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살 집 가지고 돈놀이 하는 놈은 죽일놈" 이었다.

증권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의 대명사였다. 주식이라는 말은 뜬구름 잡는 한량의 뻥치는 소리로 들었다. 주식에 미친 놈 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런데 1990년을 지나오면서, 최초의 민주정부라는 김영삼을 지나면서 약간 이상해졌다. 

슬그머니 재테크라는 말이 생기더니 "투기"라고 부르던 일들을 짐짓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김대중 정부서부터는 대부분 사람들의 시각이 이렇게 바뀌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최상의 재테크야"
"주식에 투자하는 게 가장 전망 있어."

이때부터 나의 아노미는 시작되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내가 돈 버는 만큼 다른 사람은 돈을 쓰게 되어 있다. 
무엇이 만들어져서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만족감에 따라 지불한 돈을 '가치'라고 부른다면 부동산과 증권은 가치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이동한 것에 불과하다. 
"불특정 다수의 돈이 내게로 모인"  것 뿐이다. 그렇다면 그 불특정 다수가 "나" 일 수도 있는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상황을 모두가 재테크라는 말로 동의하게 되었다.
다들 동의하다 보니 누구도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우리나라. 

과연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다고 가르쳐야 하나.

물론, 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이들의 판단을 거슬러 내가 알고 있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니 꽤나 행복한 일이 생기는 인생을 살고는 있다. 하지만 나는 남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교사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나는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방법에 따라 행복해요. 하지만 이 말을 행복하지 않게 느끼는 다른 이에게 들려 드리면 아무도 믿지 않을 뿐더러 요즘의 사는 법과 다르다고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나를 비난해요.  그러면 진실을 알려 주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선생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 자신에게 질문한지 여러번. 이제는 살짝 자포자기다.  그래서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는 중. 이건 광기에 대처하기 위한 처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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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두동강 나서 침몰되었다" 
이건 진실이며 사실이다. 이 사실이 일파만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천안함에서 근무하던 꽃같은 청춘들을 국민 전체가 애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선거에 어떻게 이용할지만을 고민할 것이다.
이런 이들은 각종 현란한 수사로 (현수막, 분향소, 순국, 조국은 그대들을 잊지 않는다 등등..) 가장 많이 애도하는 척 하면서 최대한 선거에 영향이 없게 하려고 매진하게 된다.

왜냐면 선거란 그들에게 있어 생사가 걸린 일이니까
이런 거 욕할 수는 없지. 이 글 읽는 당신도 그렇지 않나? 내 집 강아지가 몹시 아픈 일 하고 내가 모르는 누군가 사고로 죽은 일 하고 둘 중 어느 것이 더욱 찐하게 다가오나? 

이까지는 솔직한 일이다. 그런데, 천안함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쪽에서는 선거에 유리하게 하고자 다양한 "작전"을 펼 수 있다. 이게 위에서 말한 인지상정이다. 인지상정(!) 의 예는 아래일 것... 

* 암초에 부딪혀 침몰? 책임 소재가 있어서 오래 끌것 같다. 
* 정비불량으로 침몰? 역시 유가족들의 심한 반발이 예상되고 예산을 깎아 거대토목사업으로 돌린 데 대해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이것도 안 좋아.
* 사고 해역이 NLL부근이니까 북한의 도발? 북한이 했다고 발표하면 이건 전쟁인데 향후 수습이 안된다. 게다가 미,일의 반응도 싸늘하지 않나.(시사인 기사 참조) 자칫 국제문제로 비하될 수 있으니 이건 안돼.

지금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어떤지?

일단 언론에게 북한이 하지 않았을까... 하고 흘린다. 언론은 신나게 받아쓰기를 한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북한이 했다는 정황은 없다 라는 논평을 한다. 공식적으로는 책임회피, 사람들의 관심은 북한!  그리고 소규모 홍보용 언론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확대 재생산한다.  
 “北, 당원 교육서 ‘천안함 사고는 통쾌한 보복’”  이라는 제목이 파이낸셜뉴스 에 나왔는데 클릭해 들어 가 보니 북한을 비판하기위해 만든 데일리 NK라는 곳에서 만든 뉴스를 파이낸셜뉴스에서 퍼뜨리는 거였다.

이렇게 해 두고 진상 조사는 미적미적, 시간을 끌면 그분들이 원하는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거다. 북한이 했다니까 책임은 없지? 북한이 했다니까 색깔론 가능하지? 나중에 밝혀져도 선거 끝난 뒤라 아무 문제 없지! 이런 전략이 있을 수 있는 거라는 생각 해 본 적 없나?

그런데 진정 문제는 그분들이 했을지도 모르는 모략이 아니다. 모략이야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누구든 꾸릴 수 있다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문제는 사람들의 광기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자 한다. 부동산 투기가 재테크로 바뀌어도 좋고, 내가 돈 버는 걸로 남이 힘들어지는 것도 상관 없다, 
천안함이 무슨 이유로 침몰했던 간에 이유없는 분노를 북에 돌린다. 내가 북을 옹호하고자 함이 아니다. 걔네들 최고 관심사가 미국이랑 남한이랑 짜고 지네들 쳐부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인데, 미국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저항군을 두려워 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2010년에도 북한을 두려워한다. 이건 웃기는 일이며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광기다. 나의 상실감을 쏟아부을 누군가를 희생양을 만들고자 하는 일들, 이게 광기다.  이게 두렵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판단하는 기사 하나를 소개한다. 차분히 읽고 생각을  정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