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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0~11 필리핀,몽골

06. 몽골, 그리고 한국

by Anakii 2011. 9. 6.
아마도 외국 중에서 한국 물건이 이리도 흔히 보이는 곳은 이곳, 몽골이 아닐까?

몽골에서 보이는 차 대부분은 일제 토요타와 현대차였다. 수도 울란바타르에서는 토요타나 독일차들이 비교적 더 많이 보였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압도적으로 현대의 중고차가 많았다. 게르를 이동시키거나 물자를 가져오는 데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1톤 현대 포터 트럭이 초원길에서 만나는 게르마다 서 있었고, 소형차인 베르나가 아주 흔하게 보였다.
백화점이나 슈퍼의 진열대에는 별 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한국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한적한 시골마을의 구멍가게에까지 초코파이나 카스맥주가 있다.

놀란 것은 울란바타르 시내에서였다. 복드칸 박물관에 갈까 하여,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멍가게 주인에게 물으니 ‘32, 어워’라고 적어 주고 이 정류장에는 안온다고 손짓한다. 그러면 다른 곳인가 하여 길을 걷다가  한 청년을 붙잡아 세워 질문을 했는데, 돌아오는 유창한 한국말.
“32번 버스는 저기에 섭니다.”
“저기 안선다는 데요?” 하니 다시 유심히 적어준 것을 보고,
“아니요, 저기서 타면 됩니다”

와. 이럴 수가. 우리말로 대화가 되다니.

때마침 버스가 오길래 득달같이 뛰어 잡아 타서 복드항 박물관 가는 거냐고 물으니 차장이나 다른 사람들이 아니랜다. 그런데 중간중간 한국말이 오간다.

“거기 안 가요”
“3번 버스”

고맙단 말 하고 다음 정류장에 내려 구멍가게 아줌씨에게 물어 보니 BMM3 표시가 있는 버스에 타라네. 버스가 오길래 냉큼 올라타서 차장에게 물었다.

“복드 항?”

차장이 이리저리 다른 이들에게 뭐라뭐라 묻더니 맞댄다. 그리고 반가운 듯 우리에게 묻는다.

“한국사람?”

외국에서 이렇게 한국어가 들리는 곳을 가 본 적이 없다. 몽골에서 한국드라마나 한국어를 배우는 일이 많다더니 이럴 줄이야.

마지막 투어 일정이었던 테를지 게르 캠프에선 쥔장이 아예 한국에서 돈을 벌어 온 사람이다. 한국의 중고차를 몽골에 수입하는 일을 했단다. ‘한국 최고’라고 매번 칭찬한다.

이 아저씨의 조카가 둘이 있는데 ‘자흐가’,‘남바’라는 16세의 성실한 청년들이다. 아침에 겔을 청소하고 아침을 준비하고 말을 타는 여행객의 말잽이를 하는 이들의 아버지,어머니 역시 한국에서 10여년간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마장동에서 발골 작업을 하고, 어머니는 아마 식당일을 하는 듯 하다. 그들의 부모님께서는 다행히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생활하시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많은 외국인의 사례를 아는 나로서는 지금은 친한 한국인-몽골인의 관계가 자칫 악화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말몰이하는 자흐가 남바 (왼쪽 첫번째.)

왼쪽 - 우리 말잽이를 했던 자흐가. 오른쪽 사진의 맨 왼쪽 - 두번째 날 말잽이 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