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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0~11 필리핀,몽골

05. 몽골 하면 승마?

by Anakii 2011. 9. 6.
몽골 여행 간다 하니, 다들 말 타러 가는 줄 안다. 그런데, 난 말 탈 준비를 전혀 해 가지 않았다.

울란바타르 주변 국립공원인 테를지엔 한국에서 조직한 승마 패키지 여행도 있다 한다. 같이 여행했던 선생님들은 그 패키지 여행을 먼저 하고 난 후였다. 한국인이 조직하는 여행, 80여만원 정도에 짜릿하게 승마 코스를 밟도록 하는 일정인데 그 코스를 끝낸 최정운,심은보 두 선생님의 승마 솜씨는 무척 여유로왔다.

말을 탄 경험은 세번.

몽골 중앙 평원에 있는 화이트레이크(차강노르)에서 주인집 말을 한 시간 탔고, 북쪽 끝에 있는 흡수골호수의 초입 하트갈에서 흡수골 호수까지 왔다갔다하면서 하루(6시간)를 탔다. 마지막으론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4박5일 하는 도중엔 네 시간씩 이틀, 8시간 말을 탔다.

처음 말 탈 때,

중심을 못 잡았다. 안장과 등자가 있지만 말의 움직임에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단지 걷는 데도.
살짝 속보라도 할 때면 사정없이 흔들리는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한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겨우 느낌을 좀 잡고 말에게 달리기를 주문하는 정도까지 되었지만, 내 주문과 상관 없이 시간이 다 된 데다, 제 집에 가까워졌다 느낀 말이 대책없이 열불나게 달리는데 식겁했다.  아무리 고삐를 당겨도 서지 않는 말. 말 목덜미를 부여잡고 불쌍한 자세로 있다 겨우 숙소에 도착하여 우뚝 선 말 앞에 펄썩 떨어졌다. 최소한 달리는 중에 떨어지진 않았으니 다행이라 할까.



두번째 말 탈 때.

흡수골 호수 투어의 기점 하트갈에서 산길을 따라 흡수골 호수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까지 하루 종일 말을 탄다고 했다.
가는데 3시간, 오는데 3시간을 잡는다.
우리 일행 5명 다들 말 타고 잘 가는데 내 말은 가다 서다 쉰다. 지 생각대로 풀 먹이다, 고삐를 늦추다 해 줬더니 막무가내다. 말몰이꾼이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 뛰기는 하는데 내 말은 안듣는다.
하긴, 얘가 좀 뛰려고 하면 몸이 사정없이 덜컹대니, 얘도 힘들지 않겠나 싶긴 하다. 제 위에 있는 인간이 생짜초보인줄 눈치로 아는 거겠지. 온 정신을 집중해 말의 리듬을 최대한 타보고자 노력 '만' 했다.
2시간이 지나갈 쯤 산을 오르다 내리다 하는 힘든 코스에 가니 좀 말을 듣는 것 같긴 하다. 3시간 남짓 타서 흡수골 호수의 한 켠에 도착했다.

세시간을 타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꼬리뼈는 안장 때문에, 종아리 부분은 등자끈 때문에 씨대여 헐었다. 급히 밴드들을 붙이고 쉰다. 한 두어 시간동안 호수가에서 수영하며(엄청 찬 물. 바이칼 이상으로 차다!) 놀다 다시 돌아오는 길.

내 말이 차분히 말 잘 듣는 척하면서 잘 오다가 (이때도 달리라는 "추추" 명령은 깡그리 무시!) 마지막 언덕길에선 요지부동이다. 다시금 일행이 안보이는 사태가.. 고삐를 당기니 푸르륵! 하면서 반항이다. 역시 돌아 온 말몰이꾼 덕분에 다시금 뛰는 내 말.

한 가지 얻은 것은, 말이 뛸 때 리듬을 잡는 법을 어렴풋이 느낀 것. 말과 리듬이 맞을 때는 짜릿하다. 달리는데 진동이 없으므로.




세번째 말 탈 때.

테를지국립공원 안 숙소 겔에 준비된 말을 탔다. 네시간씩 이틀에 걸쳐 탔다.

첫날,
역시나 말을 안듣는 말. 하지만 흡수골에서보다는 그나마 말을 잘 듣는다. 최소한 멈추어서서 뻗대는 일은 없었으므로. 남이 뛸 때 같이 뛰는 일은 하였으니.

가다가 말 안장이 풀리는 탓에 경아가 넘어졌다. 마침, 길 가의 풀 베던 농부님들이 걱정스러운 듯 봐 주셨고, 나와 말을 바꾸어 타게 되었다. 다행히 경아는 별 다친데 없었고 농부님들은 내겐 말 고삐 단단히 잡는 법을 일러주셨다.
절대 루즈하게 놓지 말라신다.



두번째 날

경아랑 나랑 둘이서 테를지의 남서부를 도는 경로였다. 말몰이꾼은 숙소 주인의 조카 16세의 남바. 내 말을 앞서라고 하면서 자기는 뒤따라 온다. 나는 매번 길을 물어 보면서 말을 재촉했다.
내 말은 쉴 새 없이 머리를 흔드는 정신 없는 녀석. 이전 말들처럼 고삐를 당기며 풀을 뜯으려 하는데 이번엔 내가 강하게 저지했다. 고삐를 확 당기면서 안된다는 의사를 명확히 비춘 뒤 쓰다듬어 주기. 처음 한 시간여 동안 이런 실갱이를 되풀이하다가 결국 녀석이 내 말을 들었다.
방향을 바꾸는 건 물론이고, 살짝 엉덩이를 들어 "추추" 하니까 뛰기까지 한다. 처음으로 말이 "말을 듣는" 경험.
심지어 질주할 때도 엉덩이를 들고 말의 흐름에 따를 수 있게 되었다. 경아씨는 뒤에서 본 모습이 꽤 멋있었다고 했다.

이건 말몰이꾼 남바의 '내버려두고 기다려주는 학습법'의 역할이 크다.
내가 앞서 가야 하니까 계속 내 나름대로 말을 다루는 수를 만들어 내야 했던 것.
남바가 길 가 슈퍼에 들르잔다. 나도 그 말을 따라 말을 몰아 슈퍼에 들러 말을 세웠다. 아, 내 마음대로 말을 모는 첫 느낌!
슈퍼에서 물이랑 맥주랑 좀 샀는데, 그건 남바가 들어 줬다. 말 타고 물건 드는 스킬은 아직 무리. ㅋㅋ




몽골에서의 승마

일단, 말이 너무나 흔하고 승마가 일상생활이라서, 우리가 승마를 체험하는 건 너무나 쉽고 싸다. 하루에 2만투그릭정도. (20달러)
다만, 엉덩이 꼬리뼈 부근 살 (안장 때문)과 종아리 살(등자 끈 때문)이 벗겨지는 문제는 있다.
종아리의 경우, 몽골인들은 부츠를 신어 종아리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지만, 난 밴드를 붙이고 타월을 종아리에 감은 뒤 바지를 양말 안에 넣는 꼼수로 해결했다.
꼬리뼈 벗겨지는 문제는 해결 불가. 내 해결법은 그냥 퍼질러지는 것. 쓰리던 말던. 며칠 지나니 오히려 안 아파진다. 와! 우리 몸의 적응력이 대단하구나.

몇 몇 분들은 그 문제 때문에 어른용 기저귀, 또는 생리대를 사용하신다고 한다. 그 또한 좋은 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