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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2010/08/13 지리산,순창,담양,전주

by Anakii 2010. 8. 20.
07:00 화엄사 이동(비와 더불어 감상하는 화엄사) ▶ 09:00 출발하여 노고단을 넘기로 함 ▶ 09:30 성삼재 휴게소 ▶

10:15 정령치 휴게소 도착 (성삼재 휴게소보다 훨 높고 가는 길이 가파름) ▶ 12:00 순창고추장민속마을 도착 ▶
12:20 장류 박물관 관람-시장으로 출발 ▶ 12:40 순창시장의 2대째 순대 (선지순대) ▶ 13:40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
15:00 담양 소쇄원 도착, 휴식 ▶ 17:20 전주 삼천동 막타운 도착, 무척 많은 비 ▶
19:00 전주 톨게이트 출발, 23시 김포 우리집 도착




아침7시, 비가 내린다. 숙소에 짐 두고 비오는 산사 풍경을 찍으러 화엄사로 갔다. 일찍이라 국립공원 문지기도 없다. 주차장에 차 세우고 천천히 올라가는 길. 예전에 한번 온 것 같은데, 언제인지 기억이 안난다.

'이래서 여행 하고 나면 꼭 일기를 써야 해'


일주문을 지나 계단 양 쪽의 집승 모양이 귀엽다. 마치 경복궁에서의 그것처럼. 화엄사 경내 각황전엔 불공드리는 몇분 정도 계시고 스님들 몇분이 보일 뿐이다. 문수보살을 모신 각황전이 대웅전보다 크고 화려한 기이한 구성. 대웅전은 단청, 외벽 모두 정말 소박하다. 게다가 비가 오니 한결 가라앉은 느낌이 들고 산사의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경아가 심한 체기가 있어 숙소에 수소문하여 사혈침 처방을 했다. 숙소 사장님은 체한 데 좋다면서 매실탄 물을 권하신다. 친절하셔라. 한참 피를 짜내다가 방으로 올라왔다. 아직 체기는 가시지 않은 상황.

 

노고단 올라가는 길. 경아가 차를 몰다가 아무래도 컨디션이 안좋은지 내게로 운전대를 넘긴다. 노고단과 연결되는 성삼재, 정령치를 지나는 해발 1100m에 육박하는 익스트림 자동차길이니만큼 가파른 오르막, U자 코스가 지천이다.


구례 출발로 보자면 성삼재 올라가는 길보다 성삼재를 지나쳐 남원 방향으로 정령치 넘어가는 길이 더 엄청나다. 더 경사가 높기도 하고 산 허리를 감아 올라가니까 무시무시한 절벽길이기도 하다. 길 가엔 "위험, 1단으로 주행" 이라는 표지판이 흔히 보이는데 이 길을 꿋꿋이 2단과 3단으로 힘차게 올라가는 우리 찰스! 이런 길은 14살 먹도록 한번도 가지 않았는데도 아랑곳없이 힘 좋게 달린다.

정령치를 지나니 내리막이 나타난다. 내리막 중간엔 타이어로 감싼 충돌유도벽도 있다. 이렇게 하염없이 브레이크 잡고 내려가다 보면 필히 브레이크 파열이 될 테니 저런 게 필요하겠지. 내려오는 데만 한 30분 걸렸다. 만만찮은 지리산!


담양가는 길엔 순창을 지난다. 순창 하면 고추장! 표지판에 고추장민속마을이 나오길래 일정변경. 고추장마을로 향했다. 

순창외곽엔 잘 안내되어 있던 고추장마을, 막상 순창읍내로 들어서니 안내가 없네. ㅠ.ㅠ 하나로마트 슈퍼 들어가서 길을 물어 보니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역시 대화가 최고!


고추장 마을 도착하니 와! 이렇게 잘 되어 있을 줄이야. 수많은 장 명인들이 한채씩 가게를 내고 손님을 맞고 있다. 과연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다 한군데 들어가서 장 맛을 보자 하니 방부제가 앉들어 있다시면서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여러 장을 꺼내 맛보여주신다. 하나같이 엄청 맛있는 장들. 보리, 찹쌀, 매실 고추장, 엄청 비싼 굴비고추장까지... 매실과 참쌀 고추장을 사서 물어 봤다.

"다른 곳들도 맛이 다 다른가요?"

"여기 분들은 다 솜씨가 좋으니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우문현답.

 

마을 초입에 있는 장류박물관(무료)에 들러 장에 대한 공부 좀 하고, 관리인께 순창 전통순대에 대해 여쭈어 보니 읍내 시장에 있는 2대째 순대집에 가라고 친절히 약도로 알려주셨다. 우리가 왔던 길. 되돌아가지만 맛을 찾아가는 길이니 문제 없지.

시장은 거의 다 문을 닫았는데, 시장 앞에서 쉬고 계시던 어르신들께서 알려 주신 순대 골목만 열고 있다. 그 중 2대째 순대집만 북적북적. 진정 지역주민들의 맛집이다!

순대수육을 시켰는데 순대가.... 돼지 대창에 싸인 건...온통 선지다! 이럴 수가. 그런데 한 입 베어 물고 보니, 어라? 맛이 예상과 다른데?  보기엔 익스트림 음식, 맛은 별미. 나중에 설명을 듣고 나서 자세히 살펴 보니까 선지와 야채가 반반이다. 선지가 불어서 야채를 감쌌던 것. 서빙 보는 아줌씨께서 비린내를 막기 위해서 야채를 듬뿍 넣으신다고 설명해 주셨다.

 

담양 근처에 도착, 생각지도 않았던 메타세콰이어길이 보인다. 아, 이곳이 그 CF찍었던 길이지!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적한 길을 즐기며 사진을 찍다 이동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고 느꼈는데 조금 가니까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가 나왔다. 그곳은 아예 차를 막고 사람들만 다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엄청 붐비는데, 아까 한적한 곳에서 사진 찍기를 잘했다 싶다.

 


담양에서 소쇄원으로 가는 길은 제법 멀었다. 10여년 전에 와본 적이 있건만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 길. 소쇄원 도착하니 햇볓이 강렬하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또 걱정. 얼마나 차가 뜨거워질까. 한적했었던 10년전과는 달리 평일인데도 찾는 이들이 무척 많다. 덥고 피곤한 마음에 광풍각에 벌렁 누워 쉬었다. 시원한 바람 너머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편안한 잠을 부르는 곳이다. 한데, 조금 있다보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주변에 앉기 시작한다. 민망한 마음에 일어나서 계곡물에 발을 담구는데 이리도 시원할 수가. 조금 있다 제월각 찍고 소쇄원을 나왔다. 많아진 사람만큼이나 번잡해진 정원. 주차장의 차는 역시나 불판. 오던 길 돌아나오는 길에 올해 첫 수확한 포도 한 상자 사가지고 전주행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두 마음이 겹쳤다. 

"전주는 막걸리 타운이 유명하다지! 꼭 가봐야지!" "이제, 피곤해. 경아도 몸 안좋은데, 이 쯤 멈출까" 

그래서 물어 봤다. "그냥 올라가는 게 어때? 피곤하지 않아?"  

그랬더니 "한 번 가볼려고 한 곳인데 안가보면 두고 후회할 거잖아. 그냥 가"  일단 간다.

 

갑자기 쏟아지는 집중 호우. 전주만 이랬나? 지나치게 내린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접어드니 국도변이 한강이다. 가관. 전주는 비가 계속 내렸나봐. 삼천동 막타운이 어딘지 모르니 내 전화 구글지도로 파악해야 하는데 막타운 초입에 차를 두고 내렸는데도 상가하나 없는 주택가다. 이런데 어디 막걸리 타운이? 게다가 우산 하나 가지고 나온 우리 앞을 가로 막는 엄청난 빗줄기. 


핸폰 지도 보며 찾아가다 보니 거짓말처럼 쨘 하고 막걸리 거리가 나온다. 이런. 그 중 한 집에 일단 들어간 뒤 나 혼자 차 있는 곳으로 가서 차를 가지고 왔다. 구글지도의 다른 길을 따라서. 처음에 우리가 온 길은 돌아 오는 길이었구나.

막걸리 하나 (15000원)를 시키니 한상 가득 안주가 나온다. 안주빨 세우면서 한참 먹다 보니 파전을 작은 접시에 담아 주신다. 아마 이건 기본 안주가 아닌 것 같다. 비오니까 생각나서 만드신 안주인 듯.

두어 시간 술 먹다 나오니 비가 개었다. 술을 먹었는지 밥을 먹었는지 모르도록 배부른 상황. 슈퍼에 들러 국내산 쌀 100% 의 천둥소리 막걸리를 쓸어 담고 집으로 향했다. 저녁 7시에 전주 톨게이트를 나와 10시20분 쯤 김포 톨게이트를 나왔으니 오래 걸리진 않은 거다. 물론 금요일 저녁이라서 막히는 길을 피하려고 꼼수를 좀 부렸다. 돈은 많이 깨지고. ㅠ.ㅠ 

 

이번 여행 총 이동거리 1320km  주유금액 13만원. 장하다, 우리 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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