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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2010/08/12 강진,하동

by Anakii 2010. 8. 20.

07:00 영랑생가 ▶ 09:00 병영면 하멜기념관으로 이동, 병영면 토하젓구입 ▶
09:50 하멜기념관 옆 은행나무에서 아침식사(햇반+토하젓) ▶
10:20 병영 설성막걸리 ▶ 11:00 청자축제 ▶ 13:40 순천만 도착, 관광 포기 ▶ 15:00 하동 도착.강변의 모래톱이 환상 ▶
16:00 할매재첩국 (재첩국, 재첩비빔밥-각 7000/8000원. 재첩비빔밥엔 재첩국이 나온다) ▶
16:50 최참판댁 도착, 멋진 논의 풍경 감상, 고증 잘된 가옥 ▶ 18:10 화개장터 혜성식당도착 (은어회 소 2만원) ▶
19:10 구례로 이동, 화엄사 기슭의 지리산파크 모텔펜션


 

 

아침 일찍 산책 삼아 영랑생가에 들렀다. 경아가 예전에 와 봤던 곳과는 사뭇 달라졌댄다. 옛날엔 그냥 살림집이었는데 지금은 잘 꾸며진 초가집이라나? 그런데 이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 한다. 영랑시인의 생가터에 새로이 누군가 집을 짓고 살았었는데 강진군에서 사들여 생가를 복원한 거다. 복원한 생가가 진짜 생가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복원한 게 진실에 근접한 걸까 생각도 하고... 잘 모르겠다.

 

짐을 꾸려 강진읍 북쪽 병영마을의 하멜 유적지를 찾았다. 찾는 길에 병영설성 막걸리 주조장 (061-432-1010)에도 들르고 옴천 토하젓도 한 통 샀다. 토하젓 맛이 엄청나다. 짜지 않고도 밥의 간을 맞추는 그 능력!

하멜 유적지는 소담하고도 알차다. 특히 초중생의 눈높이에 맞도록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하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어떻게 본국으로 돌아가 조선을 알리는 보고서를 썼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게 한다.

기념관 뒤 800년 된 은행나무 앞은 하멜이 고향을 그리며 앉아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아, 인간사 어떻게 바뀌든 그 자리에서 역사의 현장을 묵묵히 지켜 보는 나무라...

하멜은 10년간의 조선 억류 끝에 네덜란드와 교역을 하고 있던 일본으로 도망쳐 본국으로 갈 수 있었고, 자신이 몸담고 있던 동인도회사에 억류 중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보고서를 기록했다. 그것이 유명한 하멜표류기다. 하지만, 표류기는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며 억류되어 있었다는 내용을 쓴 보고선데.

하멜기념관을 나와 설성 막걸리 주조장에 들러 생막걸리와 술 몇 가지를 챙겨서 강진 청자축제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병영 설성 막걸리를 따서 맛을 보니, 이건 물건이다. 톡 쏘는 첫 맛, 개운한 중간 맛, 누룩의 향이 감도는 뒷맛이 차례로 지나간다. 운전하는 경아도 홀짝홀짝 정말 맛있다며 마셔댄다. 술 전혀 못하는 경아의 입을 사로잡은 막걸리라. 앞으로 이 막걸리를 계속 시켜먹게 되지 않을까. (글 쓰는 오늘, 아침에 배달 온 설성 막걸리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당~ 역시나 맛이 고급)

 

청자축제는 볼 거리가 풍부하다. 먹을 거리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청자나 도기를 구입하기에 좋은 것 같다. 주머니가 얇다면 대학생들의 작품을 둘러 보면 되고, 명품급 물건을 비교적 싸게 사려면 청자 명품관에 가면 된다. 강진의 모든 도자요들이 총집결되어 각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은 것은 1만원 부터 청주의 술병으로 쓸 수 있는 멋진 청자병은 5-10만원 정도다. 미끈하고 멋스러운 청자의 자태에 탐은 나지만, 10만원짜리 술병에 천원짜리 막걸리를 넣어 먹는 풍류까지는 못 이르른지라 과감히 포기했다. 하지만 계속 눈이 돌아가는 멋진 작품들이다.

축제 입장료는 7000원인데 그 중 5000원은 행사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이다. 이거 아이디어 좋다. 잘 준비된 축제라면 금전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이 축제, 각종 체험꺼리나 살 꺼리, 먹을 꺼리가 너무나 풍부하니 대박이 예약되어 있는 것 아닐까.

 

축제장을 나오니 차가 불판이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무방비로 놓여 있었던 차. 창문을 열고 한참을 달리니 그제서야 좀 안정이 된다. 다음 일정은 순천만 갯벌인데, 이 더위에 어딜 가지? 그냥 갯벌 센터나 구경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갯벌 센터도 못갔다. 공원 초입 "용산 전망대를 안가면 순천만 갯벌에 온 게 아니다" 란 선전 문구에 혹해 2km거리인 전망대에 가려고 시도했지만 작렬하는 햇빛에 이내 항복했다. 게다가 갯벌센터는 입장료가 따로 있어서 걍 패스. 강화, 시화 갯벌 들을 익히 봐 왔는데, 뭐 볼 게  있겠어? 하고서는.

순천에서 하동 가는 길은 사뭇 산길이다. 아예 산을 하나 넘는다. 산을 넘고 나면 섬진강이 펼쳐지고 그 강을 건너면 하동이다. 섬진강변의 모래톱과 재첩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런 광경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나. 남쪽으로 10여km달려 할매재첩국집에서 재첩국, 재첩비빔밥을 먹고 박경리선생님의 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하동에서 악양면 가는 길의 가로수 터널이 참 예뻤다.

 

악양면 평사리에 다다르자 섬진강변 웅장한 산들 가운데 널찍이 펼쳐진 평야가 우릴 반긴다. 산, 강, 평야가 이렇도록 어우러진 비경은 우리나라에 흔치 않아서 박경리선생님이 이 곳을 보자 마자 "토지"의  배경으로 삼으셨다지. 

 

최참판댁이 있는 하동 악양면은 신안,완도,장흥,담양과 함께 한국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다. 슬로시티란 개념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탈리아에서시작된 자연/전통문화 보존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선진적 개념이었다. 여행 전 알았더라면 저 다섯 슬로시티를 제대로 돌아 보았을 텐데. 저 다섯 지자체는 지역발전에는 문화적인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다. 과연 악양면에는 비닐하우스가 없으며 야생녹차 재배로 유명했다.

최참판댁은 마치 조선의 한 마을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 고증이 잘 되어 있다. 산 기슭에 올라 앉은 최참판댁 사랑에서 아래 너른 평야를 바라보았다. 소설,드라마 "토지"에서는 이 너른 땅이 모두 최참판네 소유인거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소작농들이고. 참판댁 아래는 드라마의 무대가 되었던 세트장이 있고 세트장의 초가집들에는 드라마의 해당 부분이 같이 소개되어 있다. 최참판댁 가는 길엔 토지마을 이라는 생활한복 판매점이 정말 많고 값도 쌌다. 우리는 남자 한벌 2만원, 여자 치마 1,5천원 하는 옷을 몇 벌 샀는데 국내생산이고 옷이 제법 멋스럽다.

최참판댁을 나와 화개장터로 길을 향했다. 가는 길에는 또 아름다운 가로수 터널이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상설시장이 된 화개장터는 특징을 잃고 그냥 평범한 시골장터가 되어 버린 것 같아서 살짝 아쉽다. 혜성식당에 들러 은어회 소자를 시켰다. 간단한 밑반찬에 작은 접시에 은어가 다섯마리 썰어져 나온다. 애걔~ 했지만, 쌈을 싸 양념장과 함께 먹어 보니 고소하고 느끼하여 소자 이상은 못 먹겠지 싶다.

숙소를 알아보러 몇 군데 들러봤지만 너무 낡았다. 너무 덥고 몸이 젖은 솜 같이 좀 푹 쉬어야 하는데. 결국 숙소는 구례를 지나 화엄사 아래 지리산 파크로 정했다. 얼마냐 물으니 살짝 3만원을 부르시는데, 값싸고 방 좋고 창문으로는 화엄계곡의 웅장한 물소리가 바로 옆에 있듯 들려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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