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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12~13

숯불구이와 길고양이

by Anakii 2012. 10. 3.

생협서 주문해 놓은 가브리살,갈매기살,항정살 300g씩 3종 세트가 냉장고에서 대기중이다. 사 놓은지 좀 된 대패삼겹 역시 대기 중. 오늘 쯤엔 먹어 줘야 해. 라고 생각했다.

해안이가 아침에 고기를 먹는대서 불을 피웠다. 마트에서 사 온 3kg짜리 참숯, 착화탄 3개와 손바닥만한 숯 두개면 되려니. 착화탄 뉘여 놓고 숯 얹고 토치로 가열하니 생각보다 불이 쉽게 붙었다.

열기가 좀 올라오게 한 뒤, 석쇠에 갈매기살과 가브리살을 크기 맞게 썰어 올렸다. 기름이 적게 떨어지니 먼저 굽기에 제격이다. 예전에 대패 삼겹을 먼저 굽다가 불쑈를 했었는데. 가브리-항정-삼겹 순으로 구워 큰 무리 없이 다 구웠다.

고기를 굽는 날엔 어김없이 콧잔댕이와 그 식구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얼굴 마주 대한 지 2년이 넘어 가건만 아직도 경계심을 풀지 않는 길고양이들. 콧잔댕이는 그나마 좀 낫다. 이녀석, 고기 구을 때는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고 나무 그늘에 편히 앉아 쉬고 있다. 네 마리 중 콧잔댕이가 그나마 경계를 덜 하는 편. 나머지는 다들 초긴장이다.

고기를 다 굽고 고기 담았던 접시를 내 주니 살살 핥아먹는다. 설거지하는 것처럼 깨끗하게 핥아먹는다.  고기를 한 점 주니 경계하다가 후다닥 들고 저리 가버렸다, 안전하게 먹으려는 생각.

콧잔댕이와 누렁이와 푸른눈이 셋은 아마 식구인 것 같다. 고기를 줘도 싸우지 않고 차근히 먹는다. 푸른눈이보다 더 어리고 허약한 점박이가 슬쩍 놀러왔는데 누렁이는 고깃점을 보고도 점박이가 먹도록 내버려두고 자기는 기다린다. 대견스러워서 오늘은 좀 더 준다. 소시지, 고깃점 등등 너무 많지는 않을 정도로. 잘게 썰어서 차려 주니 대부분은 콧잔댕이가 먹고 점박이도 좀 먹고 누렁이도 좀 먹고 하여 다들 고기 맛을 봤다.

기다릴 줄 아는 콧잔댕이와 양보할 줄 아는 누렁이. 그 정도면 대접 받아 마땅하지.

콧잔댕이. 고기 굽는 옆에서 기다리는 중

하나 더 안줘요?

푸른눈이는 눈동자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