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산을 마주보고 있는 혈구산. 구글지도에 산 이름조차 나와 있지 않아서 별 거 아니란 생각을 했다. 아침에 잠깐 검색했는데 검색 결과가 많이 잡히는 걸로 봐서 그저 그런 산은 아닌가 보다 했다.
등산로 초입서부터 표지판이 잘 안보인다길래 유심히 살펴 보니, 제법 고갯길을 올라가서 고개마루 쯤에 표지판이 있다. 소담한 등산로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화려한.(^^)
등산로는 처음부터 경사가 심하다. 고개길을 한참이나 차를 달려 와 벌써 산을 얼추 올라 왔을 것이니 그럴 만도 하지. 한 10분정도 쉬지 않고 기어 올라가니 잠깐 쉴 수 있는 중턱이 나온다. 중턱을 지나 조금 산책을 하면 다시 경사진 산길. 오르고 나면 쉴 수 있는 턱이 나오는 식으로 등산로가 계단 모양이다.
가파른 턱에 오르기 직전 줄을 잡을 수 있게 설치된 곳이 총 세 군데다. 세번째 중턱에 올라서면 이제 꼭대기 부근이라는 느낌이 들고 시야가 넓어져 좋다. 특히 꼭대기가 보이는 마지막 턱마루부터는 꽤나 멀리, 높이 있는 산에 온 것처럼 시야가 확 트인다. 옛적 지리산에 올랐을 때 이런 느낌을 받았었지.
혈구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진달래. 올라가는 내내 등산로 양 옆으로 빽빽하니 차 있다. 지금이 만약 진달래 피는 철이라면 얼마나 멋진 풍경이 드러날까? 아니, 겨울이라 해도 멋있겠지. 앙상하고 빽빽한 가지 사이사이 쌓인 눈을 볼 수 있을 테니.
이 혈구산, 능선에 올라선 이후,등산로 양 옆으로 매우 가파른 비탈이다. 만일 빽빽한 진달래 군락이 없이 탁 트여 있었다면, 저 아래가 드러나 보인다면 무척 다리가 후들거릴 거다. 등산로를 벗어나서 다른 길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런 점도 다른 산과 비교해서 특이하다. 또, 등산 길 내내 땅이 텅텅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속이 빈 동굴위를 걷는다거나, 흙이 아니라 두껍게 쌓인 두엄더미위를 걷는다는 기분? 시험 삼아 돌맹이를 아래로 굴려 보니 굴러가면서 과장 좀 보태서 통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구멍산(혈구)인가?
이곳이 한적한 산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등산을 시작한 지 몇 분 지나니 그 생각도 깨진다. 우리가 주차한 고갯길에 관광버스가 서서 20여명의 등산객을 토해 놓는 게 아닌가? 이분들은 50대정도로 보였는데 고교동창들이라 하신다. 게다가 오르는 내내 사람들을 참참이 만나는 걸로 봐서 유명하지는 않되 많은 아낌을 받는 산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산행엔 미녹스와 콘탁스 두 사진기를 가지고 갔다. 꽤나 독특한 카메라들인 둘의 느낌을 직접 비교해 보고 싶어서다. 아래는 산행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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