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망가지고 있는 보라카이
항공권 예약을 보라카이에서 가까운 까띠끌란이 아니라 칼리보로 한 것은 순전히 비용 때문이다. 저가 항공사 중 까띠끌란으로 운항하는 건 SE-AIR 밖에 없었는데 가격이 3천페소가 넘는다. 반면 칼리보로 운행하는 제스트 에어는 1200페소 근방 짜리가 하나 나온 거다! 하루에 한 편 새벽6시 비행기만 그랬다. (조조할인? 후후...)
칼리보에서 까띠끌란까지는 구글어스로 봐도 제법 거리가 있어서 연결이 잘 될까 했었는데 순전히 기우였다. 공항에 내리기가 무섭게 연결 밴이나 버스를 운행하는 여행사 안내원들이 접촉해 왔고 공항 밖은 연결편들로 북적댔다. 깔리보 공항은 순전히 보라카이 연결을 위한 성격이 크구나 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내 상상 속의 보라카이는 꽤 환상적인 곳이었다. 멀리 산호가 띠를 두르고 가까이는 얕고 투명한 물이 잔잔히 물결치는 곳. 하얀 모래의 넓은 백사장과 조금은 한적한 분위기의 해변. 아마 이 환상은 탄자니아 다르에살람 북쪽의 코코비치(해변 멀리 산호초의 띠, 휴양을 즐기는 현지인들 모습), 잔지바르의 브에쥬 해변(드넓고 햐안 산호모래, 무척 한적한 해변)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랑카위(넓은 해변, 잘 통제된 리조트 영역)를 합쳐 놓은 데서 왔을 거다. 갔다 온 사람들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는 곳이라 기대와 궁금함이 그만큼 컸던 거다.
그러나,
하얀 모래와 맑은 물이 너무 좋아서 오전부터 물놀이를 시작해서 오후에나 끝낸 건 좋은 부분인데... 뭔 상점들이 해변에 쫙 달라 붙어서 그리도 많은지. 그리고 저녁이 되자 안그래도 해변에 쫙 달라 붙은 가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백사장 까지 탁자를 깔고 각종 고기와 해산물을 그릴에 구워 대는 향연을 펼친다. 이곳에선 지글지글, 저곳에선 쿵짝쿵짝, 부페, 불쇼, 국적 없어 보이는 이상한 전통 무용, 밴드, 통기타 공연까지 온갖 이벤트가 해변을 메운다. 화이트 비치의 청각은 시끄러운 리듬이, 후각은 바베큐가 약간 탈 때 나는 불냄새가 책임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전력이 딸려 우리나라 보다는 덜 환한 그런 바닷가 이다.
이건, 부산 광안리의 카페 + 해운대의 흥청망청 + 강릉 경포대 해변 횟집촌의 공약수가 아닌가. 경포대에서 학령 전 시절을 보내고 해운대에서 초중고대 시절을 온전히 살아 온 나는 그곳이 망가지는 과정을 익히 봐서 안다.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 이곳의 모래 유실 정도를 볼 때 얼마 못간다. 게다가 이 많은 사람들과 시설들이 만들어 내는 오폐수가 어떻게 완벽히 해결될 것인가. 아득하다.
하루 동안 화이트 비치를 두번 왕복했다. 우리 숙소가 있는 보트 스테이션 2 부분이 가장 대중적이라 그만큼 망가지고 있었고 북쪽의 보트스테이션 1쪽은 아직 개발이 덜 되었거나 고급 리조트 지역이라 백사장도 넓고 다소 조용해서 거닐기에 좋았다. 남쪽인 보트스테이션 3 구역은 개발은 덜 되었지만 그만큼 꽤 어수선한 느낌이다. 왠지 난개발의 냄새가 짙다.
부디 이곳 해변이 좀 더 오래 보존되기를...
나. 보라카이에서 먹고 살기
보라카이 하루만에 경아씨가 찾은 재래풍 시장. 더 몰 팔랑케다. 첫날 더 몰을 배회할 땐 옷가게, 먹을 가게 등등을 많이 봤지만 몽땅 외국인/관광객을 향한 거라서 그다지 감동적이진 않았는데, 잘 못 본 거였다. 현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구역은 따로 있는 거구나. 옷가게도 마치 시장통처럼 구성되어 있고 뚜로-뚜로(반찬을 고르는 음식점)도 있었다. 게다가 그리 훌륭하지는 않지만 슈퍼마켓까지. 하지만 이 슈퍼 수상하다. 해변가 노점에서 35에 구입할 수 있는 맥주들이 37-42다. 어? 시원하게 해 놔서 더 비싸게 받나?
하루 투어의 점심식사는 바베큐 부페. 일단 닭구이와 돼지고기 구이를 세 꼬치씩 가져 오긴 했는데 흔쾌히 다 먹을 거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리에 앉아 닭꼬치 하나를 뜯는 순간, 느꼈다. 대박이구나. 어떻게 구웠는지 살은 연하고 향긋한 바베큐 향이 가득이다. 어머니와 해안이도 같은 생각인가 보다. 금방 다 먹고 어머니, 해안이와 경아씨가 각각 세꼬치씩 더 가져왔는데도 다 싹 비웠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닭꼬치 구이는 처음이다. 우리 네 명이 먹고 한쪽에 놓아둔 꼬치만 수북. 오매, 남 우세스러울 쎄.
저녁 시간, 더 몰 안에 있는 필리핀 패스트푸드점에서 해안이가 Pork-belly 구이를 시켰다. 돼지목살 몇 점 바베큐로 구워져 나온 게 59페소라 에이...비싸 했는데, 어? 어찌나 부드럽고 달콤하고 향긋한지. 돼지와 닭을 가지고 어떤 향신료와 어떤 연료를 이용했기에 이리 맛있게 만든단 말일까? 이곳 사람들만의 비법이 정말 궁금하다.
1. 보라카이로 들어가기
보라카이의 새로운 관문 깔리보 공항에서 보라카이까지 밴과 보트를 합쳐 사람당 200을 받는데, 까띠끌란 항구에서 내야 하는 항만세(50)과 환경보전세(50)은 불포함이니 따로 준비해야 한다. 결국 사람당 300이 든다는 말. 보라카이에서 나올 때 칵반 항구의 항만세 역시 개인당 50(비싸다!). 까띠끌란 항구에서 개별로 표를 구입할 때 보트는 방카(25), 페리(30)가 있다.
(위에서부터 제스트에어, 깔리보공항, 깔리보에서 보라카이 가는 길)
보라카이 칵반항구에서 화이트 비치까지는 트라이시클로 100(대당)인데, 지도상으로 가까워 보이지만 언덕이며 꽤나 먼 길이니 걷기보다 트라이시클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2. 먹고 살기
화이트 비치에 늘어서 있는 음식점들 중 다수는 저녁6시부터 부페를 연다. (인당 250-400) 아마 팔다 남은 상품이 상하기 전에 깨끗이 처리하려는 마음인 듯한데, 매우 싼 값에 각종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고, 상해서 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으니 좋고, 일석이조다.
과일을 사먹으려면 해변을 빠져 나와 메인로드와 디몰 팔랑케로 가면 된다. 재래 시장통 분위기! 그런데 망고는 왜 이리 비싼겁니까! 킬로에 70-90이나 한다니.(하지만 필리핀 여행 내내 망고는 이 정도로 비쌌다. 겨울은 제 철이 아니기 때문)
3. 일일 투어와 그 외.
일일 투어 코스
이미 투어비를 냈는데도 Laurel섬에서 200P, 악어섬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20P(환경세)를 따로 내야 했다. 돈 한 푼 없이 갔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악어섬 주변은 꽤 멋진 스노클링 포인트니까 얼마간은 돈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거리상 많은 시간이 걸릴 만하지는 않은데 출발을 조금 늦게 하고, Laurel섬에서 한시간여, 식사시간도 여유롭게 배정해서 데이투어가 되었다.
선글라스 파는 이들... 꽤나 멋진 짝퉁 레이밴을 처음에는 200불렀다. 내가 50이라고 하고 계속 길을 가자 끝까지 따라 오더니 급기야는 70까지 내려간더니 마지막에는 50에 가져 가라고 했다. 투어참여를 해야 해서 사지 않았지만 1500원에 구입하기에는 어려운 물건인건 분명했다. (아깝다...)
4. ATV와 버기카
보라카이에서 ATV와 버기카는 내 생각으로는 비추다. 루호산 전망대를 올라 가다 보니 ATV와 버기카가 줄줄이 올라 가던데 탁 트인 대관령목장 같은 곳에서 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차 다니는 길에서 그런 걸 타기엔 좀...글쎄.
5. 숙소
보트 스테이션 2 부근에 있는 Madid's Inn 에 묵었는데 에어컨,냉장고 있는 깨끗한 독채 더블룸 두 개를 하루 2500에 빌렸다. 마지막 날엔 숙소 바로 앞의 Eriko House(Madid's Inn 쥔 아줌씨의 동생이 운영한다) 주방 딸린 독채(4인실)을 2000에 얻어서 시장에서 음식 해먹고 잘 쉬었다. (무선인터넷도 된다!) 여기 주인 언니는 사심없이 친절한 누나 같은 느낌이다. 참 멋있다.
'TRAVEL > 10~11 필리핀,몽골'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 활기 넘치는 카르본 마켓, 산토 니뇨 대성당, 그리고 마젤란의 십자가 (0) | 2010.01.30 |
---|---|
08. 초콜렛 힐, 라자 시까뚜르 국립공원, 타셔 보호구역 (0) | 2010.01.30 |
06. 여행 시작, 그리고 불안감 (0) | 2010.01.30 |
05. 지배자의 문화였던 가톨릭을 받아들인 필리핀 사람들 (0) | 2010.01.30 |
04. 필리핀은 영어 국가일까? (0) | 2010.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