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기사 : http://www.vop.co.kr/A00000078121.html
2000년부터 7년을 끌어온 한탄강댐 싸움과 관련해서 진짜 한탄강을 보러 다녀 왔습니다. 사실 한탄강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장차 댐이 만들어지면 수몰될 곳, 그곳에 우리가 몰랐던 아름다운 비경이 숨어있다는 안양환경련 고성민 간사의 말을 들었기에 처음엔 사진을 찍으러 갔던 겁니다.
하지만, 그건, 왜 한탄강이 댐으로 수몰되면 안되는지에 대한 교과서적인 탐사였군요.
정말로 한탄스럽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왜, 정말로 지켜야만 하는 자연이 있는 곳에만 핵폐기물장을 만든다, 간척을 한다, 댐을 만든다 하면서 돌이킬 수 없도록 자연을 파괴하려 하는 것일까요?
한탄강 유역은, 경치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오스 방비엥 지역과 꼭 닮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26만년전의 용암분출로 인한 현무암 대지가 침식되며 만든 거대한 협곡을 흐르는 한탄강 줄기는 방비엥 지역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은 비경을 보여줍니다. 특히, 많은 부분이 남북분단으로 인해 군사보호지역이 된 관계로 사람의 손길이 뜸하여 지금까지 원초적인 자연을 지킬 수 있었겠지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아름다운 한탄강을 흐르는 물의 수질이 5급수 정도라는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탁하며 냄새도 납니다.
이유인 즉슨 지천인 신천, 포천천, 영평천이 연천,동두천,양주의 염색,피혁 공장의 폐수와 축산폐수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가 이에 대해 2010년 까지 막대한 돈을 들여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하니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부터 이번 답사한 곳을 하나하나 둘러 보도록 하지요
▲ 도감포의 주상절리
▲ 한탄강, 임진강의 두물머리
한탄강과 임진강이 맞붙는 곳인 연천군 도감포에는 탁한 한탄강물이 맑은 임진강물과 섞여 서해로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주상절리 절벽으로 이루어진 한탄강쪽의 멋진 풍경에 그 탁한 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이곳, 한탄강이 그 자신의 생태적 가치에 비해 지금까지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구나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 구라이 현무암협곡
한탄강의 지천 중 하나인 구라이협곡은 은밀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논을 가로질러 가다가 수풀이 우거진 작은 도랑으로 내려가나 싶더니 수풀을 조금 헤치고 나가니까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납니다. 마치 바위가 굴을 이루듯 양쪽으로 작은 협곡을 이루고 있어 신비한 느낌을 주더군요. 바깥이 무척 더웠음에도 협곡을 따라 걷는 길은 참으로 시원했답니다.
▲ 구라이는 굴 + 아위(바위의 옛말) 합성어로서 굴바위라는 뜻입니다. 말그대로 굴처럼 보이니까요
200m쯤 걸어 가니 작은 폭포가 나옵니다. 더 내려 갈 수 있도록 밧줄이 매달려 있었지만 어린이들이 포함된 답사라 포기하고 한탄강과 맞붙는 반대쪽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반대쪽 역시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더군요. 차를 타고 조금 거슬러 올라가다 길 가에 멈추고 논길을 조금 걸어가다가 수풀을 헤치니 한탄강을 맞대고 있는 절벽을 타고내려가더라구요. 조금은 위험한 길이었긴 한데, 5살바기 어린이까지 함께 내려갔답니다.
▲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길
▲ 한탄강의 흐름
▲ 여울지며 흘러가는 강
조금 내려가니 한탄강의 여울이 눈앞에 드러납니다. 영월 동강에서 보았던 웅장한 스케일이 멋진 광경이었지만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네요. 흐르는 물이 오염된 것이 안타깝지만 강 주변의 풍경은 라오스의 방비엥을 능가합니다. 일행 맨 앞으로 나와서 강을 찍고서는 일행의 맨 뒤로 붙어 지천을 따라 조금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 구라이 협곡의 작은 소(沼)
▲ 주상절리(수직절리)
거기에 멋진 연못이 나타나는군요!
포근히 감싸져 있는 것처럼 좌우로 주상절리의 절벽과 나무들로 울창한 아래 옥빛의 물이 그 자태를 뽐냅니다. 입이 딱 벌어지는 풍경이네요. 저 안으로 들어가면 아까의 작은 폭포와 만나겠지요.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는 길도 참으로 멋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절벽의 싸리꽃
▲ 가마소골 현무암협곡
▲ 가마소골
다음으로 찾아간 가마소골은 그나마 민가의 부근에 있어 사람들의 접근이 쉬운 곳이랍니다. 그렇지만 이 곳 역시 따로 보존이 필요할 정도로 특색있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특별히 어렵게 어렵게 찾아가야 볼 수 있는 비경을 바로 집 옆에서 보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같이 동행하신 어머님께서는, 제주도에서나 봄직한 지형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냐고 감탄하시더군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지극히 평범한 시골 풍경 속에 이런 비경이 있었답니다
▲ 가마소골 주변 풍경
다시금, 차에 올라타 시간을 보니 원래의 일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었네요.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보는 신비한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 가겠습니까? 자연히 느적느적해질 수 밖에 없지요.
시간상의 문제로 포천시의 화적연은 다음 기회에 답사하기로 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비둘기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 또한, 밖에서는 안보이는 곳입니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들어가 일단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갑니다.
유월은 오디가 한창인 계절이네요. 걸어가다 오디를 발견하고 따먹으며 가느라 시간이 또 많이 지체됩니다. 너무나도 부드러워, 손에 자줏빛 무늬를 남기는 오디... 제법 맛이 들었더군요.
잠깐 걷다가 논길을 따라 강으로 접근하지만, 강은 보이지 않는군요. 어디 그곳에 강이 있는 줄 알겠습니까. 그냥 논길 끝일 뿐이지요. 이번에도 역시나 수풀을 헤치고 절벽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가파른 절벽 길에는 의례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 로프가 있는 법입니다. 여기도 그랬는데, 내려가다가 가이드 로프가 스틸 와이어로 바뀌더군요. 이 곳에서 앞서 내려가던 꼬맹이가 가이드 와이어를 잡고 내려가다 손이 약간 찢어졌습니다. 여러 갈래로 꼬인 와이어가 한 두 갈래 꾾어진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죠. 저 역시 살짝 스쳤는데, 무심코 와이어를 잡고 내려가다가는 험한 일을 당하겠네요.
▲ 천연 오페라하우스 비둘기낭
▲ 비둘기낭의 수직절리 |
사진으로는 느낌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걸 지금 또다시 느낍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충실하게 표현해주는 사진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잘 못 찍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후자이겠죠?
비둘기낭 역시, 한탄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의 일부입니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에는 비둘기낭 왼쪽으로 폭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 번 더 와야 하겠군요.
▲ 한탄강에서 비둘기낭으로 들어가는 입구
비둘기낭에서 위태위태한 절벽길을 따라 한탄강 본류로 나오는 걸로 오늘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강의를 맡으신 이우형님께서 오늘 하루 답사의 감상을 물으시고 난 뒤, 이런 생태를 보전하는 데 다들 힘써 주시라고 마지막 갈음말을 하셨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딴 나라는 뭐 하나라도 볼 것이 있으면 국가적으로 잔뜩 포장해서 비경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건만, 우리는 있는 것도 안 알리고, 안 지키고, 없애려 하는지...
오늘의 강의를 맡으신 이우형님 (한탄강 전문가이시면서 지역 주민이기도 합니다) 의 말씀에 따르면 한탄강 댐이 건설되면 이 모든 비경의 절벽 맨 위에서부터 수십m 더 높이까지 물이 찬다고 말씀하십니다.
내 산천의 아름다움을 미처 느껴 보기도 전에 수몰되어 사라져 버리다니요.
이런 천혜의 생태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걸 단지 홍수조절을 빌미로 댐을 지어 모두 수몰시켜 버리려고 하는 정치권 인간들의 생각은, 왜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별 볼 게 없는 나라가 되었는지 잘 알려 줍니다.
이 작은 땅덩이에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만 골라 댐을 만들고, 간척하고, 폐기물장을 만들어 버리니 어디 남아날 곳이 있겠습니까?
제가 살고 있는 군포의 수리산도 생각나는군요. 수도권에서는 보기드물게 깊은 산세를 가지고 있는 수리산이지만 심장부에 일자로 순환고속도로를 뚫어 산짐승들을 다 쫓아 버리더니, 이제는 그도 모자라 심장부를 세로로 가로지르는 도로를 또 뜷어 수리산의 숨통을 아예 끊어 놓으려 하고 있거든요.
대규모 토목공사만이 살길인 건설자본의 논리에 영합하고 있는 현 노무현 정권에 열받기도 합니다만, 그런 정부를 만들어 준
우리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차피, "민주국가" 인 우리나라의 정부는 우리 국민의 선거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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