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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8 북유럽, 발리

2018발리 3.발리에서 길리 트라왕안으로 (7.30)

by Anakii 2018. 8. 15.

7.30(월) 발리 - 길리 트라왕안

아침 5시에 일어나 짐을 챙긴다. 오늘은 발리의 축제일인 'compassion day'라고 한다. TV에서는 힌두의 경 같은 것을 낭송한다. 남은 뱀피 과일, 귤, 바나나를 먹으며 쉬었다.

6시 45분에 픽업하는 사람이 문을 두드린다. 차에는 2명의 남자가 이미 타고 있었다. 동네를 쭉 돌면서 모두 11명을 태웠다. 좁은 골목길을 잘도 다닌다. 7시 10분 경에 꾸따를 떠나서 빠당바이를 향해 달린다. 길은 별로 볼 것 없이 평범하다. 힌두 축제의 행렬이 지나간다.

9시 경에 항구에 온다. 오피스에 나머지 잔액 70만을 지불했다. 돌아올 때의 표와 셔틀버스 종이를 준다. 항구로 서둘러 가서 줄을 선다. 우리가 맨 끝이다. 한참 서 있다가 남편이 앞쪽으로 가서 확인을 한 후 앞으로 갔다. 빨리 들어갈 줄 알았는데 1시간 반을 짐을 맨채 같은 자리에 계속 서 있다가 지쳤다.

배가 정박하고 차들이 들고 난 뒤 떠나기를 반복한다. 방송도 없다. 배의 크기가 길리섬으로 갈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좀 이상하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 속에 오래 꼼짝없이 서 있자니 덥고 힘들었다. 우연히 가방 안을 보니 셔틀 버스 쪽지가 있다. 그런데 목적지가 방살이라고 되어 있는 거다. 길리섬까지 가지 않는 거였다. 그럼 어제 표를 판 사람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에디 투어에서 했던 말, 롬복의 렘바항으로 가서 다시 밴을 타고....이 말이 맞았던 거다. 정말 힘이 빠진다.

2시간 쯤 줄 서 있다가 행렬에서 빠져 나와 길 가에 앉았다. 그나마 이것이 훌륭한 결정이었다. 모두들 무거운 짐들을 매고 서 있다. 우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남편이 사무실에 가서 다시 확인을 하고 온다. 방살가는 표가 맞다고 한다. 오늘 중으로 길리에 가기는 힘들다. 방살항에서 길리로는 5시에 마지막 배가 간다.

어떤 남자가 'Same same'이라고 앞에 쓰여진 티를 입고 있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상황이 딱 그지경이다. 현지인, 외국인 구분없고 돈이 있거나 없거나 처지가 같다. 그런데 티 뒤에는 'But different'라고 적혀 있어서 웃었다. 오늘의 명언이다.

기다린 지 4시간, 1시에 다른 배가 들어왔다. 사람들이 끼어 들어 난리가 났다. 우리도 쭉쭉 밀며 달라 붙어섰다. 난민이 따로 없다. 무거운 차들이 계속 배로 들어간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사람은 겨우 십 수명을 태우고 가버린다. 어제 부터 배가 없어 사람들로 아수라장인데 말이다. 현지인에게 물어 보았다. 오후에 배가 한대 더 오지만 언제 올지도 모른단다. 일상적으로 늘 이렇다고 한다. 아프리카도 이 지경은 아니다. 인도네시아가 이렇게 놀라울 줄은 몰랐다.

1시간 쯤 기다렸더니 안쪽편, 페니다 섬 행 페리 베이에 정박해 있던 배쪽으로 갑자기 사람들이 달린다. 우리도 필사적으로 뛰어서 행렬의 앞쪽에 섰다. "길리가는 배가 맞냐?"하고 주변에 물었더니 그는 "우리도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답한다.

출구가 열리고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간다. 모두 카드 모양의 표를 내고 들어간다. 우린 없다. 셔틀 쪽지를 보여준다. 안된다고 한다. 그 순간 배쪽에서 현지인이 카드를 내며 들여 보내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나보다.

들어가서 2층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2시 반에 배가 떠났다. 아직도 긴 행렬이 아까 그 자리에 서서 배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안내를 해주지 않는다. 알아서 타는 사람만 타는 형국이다. 참 기가 막힌 시스템이다. 우리가 탄 배는 특별히 배정된 배일까. 알 수 없다.

배가 출발하니 좀 시원하다. 갑판 쪽에 있다가 선실 방으로 내려가 가방을 베고 누워서 잤다.

6시 반에 일어 난다. 자면서 몸이 좀 기울기도 했지만 아주 편하게 왔다. 인천 볼음도에 가는 배처럼 이질감 없다. 우리 나라의 배와 비슷한 방 구조이다. 다국적군이 다 누워 잤다.

7시 45분에 롬복의 램바 항구에 도착했다. 셔틀 표를 흔들자 어떤 이가 우리를 데려가서 한 켠에 세워둔다. 스코틀랜드 아가씨 하나가 더 섰다. 방살 항구의 퍼블릭 보트는 오후 5시에 끝났다고 우리에게 사설배를 타겠느냐고 한다. 결국 1인 200에 타기로 한다. 여기는 물도 20에 판다. (네배 장사다!)

대형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린다. 롬복은 이슬람이라서 발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평범한 지역이다. 밤늦게 장이 열리고 사람들이 많다. 길도 잘 정돈되어 있다. 길리섬 가는 스피드 보트 타는 곳에 내린다. (텔룩 항구다) 섬에 갈 사람들을 분류한다.

20여명의 사람들이 중형 보트를 탄다. 달빛이 비치는 바다를 달린다. 물이 막 튀지는 않았다. 오늘은 방살에서 잘거라고 생각했고 아침 7시 배를 탈 줄 알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렇게도 가는구나 싶다. 뜻대로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이상한 나라다.

30분도 안되어 길리 트라왕안의 번잡한 불빛 속에 내렸다. 10시가 넘었다. 다행히도 노점에서 저녁을 파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치킨밥과 튀김을 샀다. 1킬로 이상을 걸어서 숙소에 온다. 웰컴 멜론 음료를 준다. 방갈로는 좋아 보인다. 음료와 밥을 먹는다. 꽤 맛있게 만들었다. 배부르게 먹고 잘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주 이상하고 신기한 날이었다. 분노를 내려 놓고 포기를 할 때마다 작은 행복들이 하나씩 생기는 경험을 했다. 촘촘한 시간 속에 예정된 대로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할까 마냥 늘어지는 시간 속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할까.

▲ 빠당바이 항에서 슬로보트(페리) 기다리는 무리. 4시간 반을 이렇게 있었다

▲ 페리 선실.

▲ 롬복 렘바 항에 도착. 픽업맨들이 이름표 들고 서 있다.

 

* 보트 잔액 지불 700, 바나나칩 5, 바나나 15, 라면 2개 40, 사설 보트비 2인 400, 저녁 55, 물 20+10=30

Anakii의 경험치

오늘 하루 본격 어드벤처다.

9시11분부터 12시12분 현재 계속 기다리는 중. 거대한 페리가 세 대 왔지만 차를 내리고 올리는 데만 수십분 쓰고 정작 사람은 30여명 정도만 태우고 간다. 오늘은 길리섬에 못 들어갈 것 같다.  1시 50분 드디어 배를 탔다. 정기선은 아닌 듯 다른 곳으로 가는 갑자기 배정된 것 같다. 함께 기다리던 수백명의 외국인 여행객이 모두 탔다. 같이 탄 다른 여행사 직원의 말로 보니 항구에 내리면 여행사 픽업들이 있다고 하고 방살까지는 갈 거라고 했다. 방살항에 퍼블릭보트는 끊겼지만 프라이빗보트는 24시간 운행이라고 한다. 

8시 경 도착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지만 접안을 못해 8시까지 기다렸다. 항구에 나가니 각 여행사 팻말을 든 사람들이 가득이다. 우리 여행사를 찾아 표를 주고 기다렸다.  조금 있다 방살 항구 말고 방살항 못 미쳐 텔룩항에 프라이빗 보트가 있는데 개인당 200(16천원)이라 한다. 900에 길리 왕복 표를 끊었는데 항구에서 길리섬 들어가는데만 200이라니.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네. 어쩔수 없이 두 명 분 400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