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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10~11 필리핀,몽골

10. 쎄부에서 팔라완으로

by Anakii 2010. 1. 30.

게바라 : 숙소 바깥 길까지 나가서 공항까지 택시를 잡으려고 걷는다. 숙소 앞에 택시 회사가 있다. 이곳 기사들은 비싸게 받으려 하므로 지나치려는데 한 기사가 달려와 미터로 가겠단다. 짐을 가지고 안에 탔다. 미터가 30 부터 시작되는 것을 보고 편히 앉아 있었다. 남편에게 몇시에 출발이냐, 이곳이 처음이냐, 시간이 남는데 막탄섬을 둘러 보겠느냐 등을 묻다가 반응이 썰렁하니 조용해졌다. 가운데 앉은 해안에게 미터로 나오는 가격을 체크해서 우리 말로 얘기해 달라고 했다. 많이 안왔는데 벌써 이상하게도 145 란다. 얼마나 황당하던지. 우리가 미터기가 이상하다며 고장났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남편이 조근조근 미터기의 요금이 옳지 않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거리를 추정하여 공항까지 100이나 110을 주겠다고 했더니 'No!'를 반복한다.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공항에 가서 그냥 그 돈만 주고 내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막탄섬 들어가는 다리 건너 횡하고 넓은 길에서 내리라고 한다. 80 을 받으라고 남편이 주어도 받지 않는다. 기사 옆자리에 두고 내렸다. 그런데 갑자기 몽둥이를 꺼내 만지작거리며 문을 열고 쳐다보는 거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나키 : 사실 그 택시기사 녀석이 몽둥이를 꺼내 보일 때 잠시 헛웃음이 나왔다. 길지도 않은 몽둥이로 우리를 패려고? 충분히 피할 만 하겠더구만. 아니, 좀 맞아 두는 게 더 좋을라나? 후후.. 일단 나로서는 화를 내지 않고 되도록 담담하게 내 입장을 밝혔으므로 제놈이 나를 팬다면 단지 사기 치려다 들통난 게 아까워서 남을 패는 게 될 테니 양심에 꽤나 부담이 있었을 테지.

우리가 놓쳤던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가는 비행기. 오늘은 혹시나... 하고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는데, 예정 시간 보다 15분이나 일찍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략 150명 정도가 꽉 차서 가는 걸로 봐서 꽤나 인기 있는 관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릴 때 쯔음 든 생각.
'이 많은 인원중 유럽인들은 모두 론리플래닛을 들고 다닐 것인데 그곳에서 추천해 준 까사린다 호텔을 다 노리고 있겠구나. 후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숙소 잡기 곤란하겠는걸!'.
공항 입국장 안에 있는 시티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를 구하고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 봤다.
"혹시 엘니도에서 부수앙가 섬으로 가는 페리 시간을 알 수 있나요?"
"페리는 두 달 전부터 끊겼고 운항 일정을 알 수 없어요"
"(헉!) 그러면 이곳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부수앙가 섬 가는 페리는요?"
"그것도 두 달 전부터 끊겼답니다"
이게 뭔가. 우린 부수앙가 공항에서 마닐라 가는 비행기를 예약 해 놨는데 어쩌라고!
그런데 옆에 있던 금발의 아저씨가 그 말을 듣고서는 방카(가로 지지대가 달린 소형 선박)는 있지 않냐고 물었다. 아가씨는 없다고 했다. 아저씨는 다시,
"아녜요, 작년에도 왔다 갔는데 방카는 다니고 있었어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저는 시티 인포메이션 직원이라서..."
이해된다. 아마 그녀는 정기적인 배나 지역 주민을 위한 공식적인 운항편 밖에 모르겠지. 경아씨가 그 남자에게 물었다.
"그 배 값이 얼만가요?"
"비싸지 않아요. 일인당 6-700 할 겁니다. 엘니도 부틱 앤 아트 카페에 가면 거의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어요"
아하, 론리에 소개 되었던 그곳. 유럽인이 운영한다는 곳. 15000p에 방카를 빌려서 부수앙가까지 간다지? 그럼 일인당 그정도 나오겠구나... 그럼 그렇지. 이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답다는 엘 니도에 다 갈텐데 배편이 없을라고.

공항을 나와 잠시 걸으니 트라이시클기사가 부른다. 까사린다 호텔을 말해 주니 1인당 7페소에 가겠다고 해서 냉큼 집어탔다. 역시나 자기네 호텔을 소개하며 까사린다에 방 없으면 생각해 보라고 하는군. 세련된 삐낀데. 까사린다는 인기있는 숙소라 방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4명이 쓸 수 있는 방이 하나 남았단다. 트라이 기사는 우리가 방을 못 잡길 바랬을텐데, 방을 잡아 놓으니 아쉽게 되었겠지. 우리가 막 방을 잡으니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 왔다가 발길을 돌린다. 같은 비행기로 온 사람들. 우리가 마지막 방을 잡았으니 다들 놓친 거다.


카운터에 지하강 1일 투어를 예약하고 내친 김에 모레 엘니도 가는 밴(인당 700페소)도 예약했다. 버스로는 9시간, 밴으로는 6.5시간 정도 걸린단다. 경아씨랑 나 둘 뿐이라면 괴롭고 싼 버스(대략 400페소)를 타겠으나 어머니까지 계시고, 이미 세부에서 세레스 라인의 좁은 버스를 세시간 탄 것도 힘들었는지라...
숙소는 아름다운 정원에 시원한 오두막이 있고, 방은 목재로 된 전통적이며 아름다운 곳이다. (1500페소/4인)에어컨 있고 널찍하여 네 명이 들어가도 전혀 좁지 않다. 숙소를 잡아 놓으니 마음이 편안하여 가벼운 차림으로 시내구경을 나갔다. 숙소에서 리잘 애브뉴를 따라 쭉 걸어 보니 꽤 번화한 곳이다. 팔라완에서 유일하게 ATM이 있는 곳이래나?

길가에 차오롱(베트남 쌀국수)를 파는 식당이 보여 반가와하며 들어갔다. 이곳 외곽지역에 베트남 보트피플의 정착지가 있다 하고 차오롱은 그들이 퍼뜨린 음식인데 제법 인기가 많다고. 쇠고기,돼지고기 국수를 여럿 시키니 먼저 향채와 숙주가 나온다.

"와, 진짜 베트남식이야! 향채 더 주실수 있나요?" 하니 "예!" 하고 한 그릇을 더 주신다. 쌀국수엔 숙주 듬뿍 넣어 먹는게 그만이지. 잠시후 나온 뜨거운 쌀국수. 매운 소스도 주셔서 확 뿌려 먹으니 진짜 베트남 길거리에서 먹던 그 맛이다! 어제 일식집 라멘은 일본 사람이 아닌 나도 화날 정도로 엉터리였고 비싸기만 했는데 이 국수는 45정도의 값에 양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맛이 그만이다. 게다가 시원한 물도 공짜! 네명 다 그릇을 싹싹 비우고 맛있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둥글게 지어진 독특한 모양의 시청을 지나 쭉 걸으니 NCCC라는 큰 슈퍼마켓도 보이고 더 한참 걸으니 간이 지프니 스테이션이 나온다. 유심히 살펴 봤더니 SAN JOSE-New Market 이라 씌인 게 있길래 타고 있는 이들에게 물어 봤더니 산호세(버스터미널)가는 게 맞댄다. 엘니도 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 지프니를 이용해 터미널에 가면 되겠지만 우리는 밴을 예약했기 때문에 그저 눈으로만 알아 두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