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국내여행

금~토 가을꽃. 고석정/댑싸리공원/평화습지원 (철원-연천)

Anakii 2023. 10. 21. 22:00

📷 앨범링크

[ 여정 ]

10/20 김포 - 동송 춘일막국수 - 동송시장 - 고석정꽃밭 - 그럼에도 - 송대소 - 평이담백뼈칼국수 - 연천미라클모텔
10/21 임진강 댑싸리공원 - 태풍전망대 - 임진강평화습지원 - 군남면옥 - 김포

🍴 춘일막국수 (4.5) 물곱7.0 비빔6.0 
🍴 그럼에도 (4.5) 햄치즈 6.5 캘리포니아 6.5
🏠 연천 미라클모텔 (4) 가장 작은 온돌방 35.0
🍴 군남면옥 (4.8) 갈비탕 10.0 물막곱 9.0


동송읍 춘일막국수

요가 마치고 샤워한 뒤 철원 동송 춘일막국수로 향했다 1시간 55분 걸렸다 오랜만에 철원에 오니 가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막국수는 여전히 6000원 곱배기는 7000원이다. 놀라운 가격과 놀라운 맛집. 면기를 손보셨는지 면이 얇고 입에 착착 감긴다. 비빔막국수도 양념과 면이 아주 잘 어울린다. 약간 비빔면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나로마트와 주변에서 막걸리와 샤인머스캣(2kg 1만원) 사고 동송시장을 둘러봤다. 메밀전집은 폐업하셨고 민속떡집의 만두를 알아 보니 10월 25일경부터 만드신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뭘 살것이 없었다.

 

고석정꽃밭 (주차무료, 입장 6천원, 상품권 3천원 거스름)

고석정꽃밭은 벌판이라 조금 춥지만 긴 와이셔츠와 바람막이로 다녔다. 금요일 오후라서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겨우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었을 정도로 붐빈다. 제 시즌에 온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일러서 유채만 보거나 너무 늦어서 댑싸리만 보던가 했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감상한다.

버베나, 백일홍, 핑크뮬리, 가시꽃, 맨드라미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은 탄성이 나오게 한다. 축구장 33개가 넘는 면적이라고 하는데 꽃이 심어진 스케일도 그와 준한다. 다만 이리 광대한 꽃밭을 관리하는데 입장료 수익으로 과연 가능할 것인지. 역대급 관리비와 조성비가 들텐데.

조금 걷다 보니 인위적인 관리를 받는 꽃들의 모습에 조금 식상해졌다. 아름다움과 감탄은 자극이라서 처음의 감동은 시간이 갈 수록 무뎌져가니까. 식물원이나 수목원 등 관리되는 식물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내 취향의 문제도 있고. 경아도 다음부터 구태여 또 올 필요는 없지 않나 한다.

매번 가는 샌드위치집 '그럼에도'에서 햄치즈와 캘리포니아(게맛살)를 싸 왔다. 이번에도 참치는 구입실패. 김포에서 왔다니까 나중에는 출발할 때 전화 주시면 준비해 주시겠다는 말씀도 들었다. 

송대소로 갔다. 해질녘이 되니 조금 추워져서 최근 산 레드페이스 털윗도리를 입었다. 오대쌀 축제중이지만 볼 것은 많지 않았고 DMZ마켓은 그저 구경만 했다. 한탄강 물윗길을 임시 개통하여 무료로 은하수교와 송대소 사이만 운영중이다. 은하수다리와 물윗길 마감이 5시인데 4시 45분 도착해 겨우 즐길 수 있었다. 물위에서 보는 주상절리는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단풍이 예쁜데 아마 다음 주 쯤 절정을 이루지 않을까?

평이담백 뼈칼국수에서 뼈탕밥(10.0)을 포장하고 연천 미라클모텔로 향했다. 동송읍 거치지 않고 북쪽으로 돌아 연천 가는 길. 백마고지역과 신탄리역을 거치는 남한 최북단 3번 국도는 한적하고 아기자기하여 길이 지루하지 않다.  

연천 미라클모텔

미라클모텔 도착. 특이하게 외국의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들 같이 좁은 계단을 올라 3층에 카운터를 두고 운영된다. 우리가 예약한 3.5만원의 가장 저렴한 방은 매우 작고 낡아 보였고 화장실에 일반 주택용 비누와 샴푸린스등이 비치되어 있어 단칸방에 화장실 딸린 80년대 자취방을 떠올리게 했다. 달방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듯 했다. 그 대신 방과 욕실 모두 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온수가 무척 잘 나오고 급배수 모두 원활하다. 올레티비, 와이파이, 드라이어, 냉장고 등등 기본비치된 수준은 일반 우수한 모텔들과 같았다. 방 바닥이 따뜻해 요를 깔지 않고도 푹 잤다. 침대있는 숙소들은 밤에 한두 번쯤 깨는데 바닥이 따뜻한 온돌이라 푹 잔 것 같다. 

평이담백에서 포장한 뼈탕밥은 작년에 비해 조금 부실해진 것 같다. 밥은 아주 맛있었지만 뼈 3대를 발라도 그리 고기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둘이 나눠 먹고 그럼에도에서 싸 온 캘리포니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짐을 정리하고 밤 산책을 했다. 이곳은 신서면이다. 연천읍에서 최북단의 그나마 번화가가 있는 마을. 대광리역을 중심으로 몇몇 점포가 운영중인데 제법 큰 편의점들도 여럿 있고 벤티나 메가커피 등도 있어서 젊은 군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거리인 것 같다. 20분 정도 남북으로 걸었다. 차탄천 변에 수변공원도 조성되어 있어서 마을 전체가 포근하고 안정되어 있는 분위기다.

 

임진강 댑싸리공원 (주차,입장 무료)

아침에 연천 가볼 곳을 검색하니 댑싸리 공원이란 곳이 있다. 댑싸리는 어제 고석정 꽃밭에서 충분히 봤다 생각했지만 다녀온 분들의 평이 좋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제법 민통선 부근까지 간다. 지난 번 들렀던 그리팅맨보다 더 민통선에 접근한다.

민통선 바로 앞 임진강변에 21년에 조성한 댑싸리 공원은 댑싸리를 메인 테마로 황화 코스모스, 백일홍, 칸나, 메밀 등을 집중 심었다. 무료대여 색색양산, 깡통열차(이용료 3천원) 등등 고석정 꽃밭과 운영 아이템은 같다. 토요일이지만 아침 8시경 도착했더니 거의 2~3착이다. 주차장 진입 차량동선을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고 있어서 평소에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침이라 추워서 털겉옷을 입고 다녔다.

아침의 노란끼 도는 햇살에 댑싸리의 붉은 색이 더욱 돋보인다. 날이 맑아서 파란 하늘과의 대비도 더 좋다. 고석정꽃밭은 너무 인파도 몰리고 인위적인 느낌이 많았는데 여기는 임진강변이라서 조금 더 자연에 가까운 느낌이다. 너른 임진강변의 풀들이 아침이슬에 촉촉해진 모습도 아름답고 물안개 피는 임진강 모습도 일품이다.

댑싸리 외에도 칸나, 백일홍, 메밀 등도 많이 보인다. 칸나를 벽처럼 빽빽히 심어 놓았는데, 칸나 미로를 만들어도 되겠다 싶다. 하지만 한파가 와서 백일홍과 칸나의 꽃이모두 얼어 있어서 안타깝다. 10월 초 쯤에 왔었어야 했다. 메밀은 다 영글어서 땅에 많이 떨어져 있다. 가지에 붙어 있는 것을 따서 맛을 봤더니 녹말분이 살짝 단맛을 냈다. 기왕 재배한 메밀, 모아서 로컬푸드로 팔았으면 좋겠다.

9월은 백일홍, 메밀꽃, 칸나, 코스모스, 메리골드 등 가을꽃이 만개하고  10월 중순 경 댑싸리가 물드는 곳이다. 10월 하순이 되니 칸나와 황하 코스모스 백일홍은 많이 바래거나 잎과 꽃이 얼었다. 겨울에는 칸나 구근을 수거해서 보온보관해야 하는데 저 많은 칸나 구근은 어찌 캘까?

태풍전망대

댑싸리공원에서 출발해 민통선 초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태풍전망대로 향했다. 차로 17분이나 되는 꽤 먼 거리다. 임진강 상류로 거슬러 10여분 올라가면 임진강 평화습지원이 있고 태풍전망대로는 산길을 올라간다. 산의 능선을 깎아 만든 포장도로를 따라 2.5km정도 계속 올리간다. 전망대에서는 일체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전망대에서 바로 아래 보이는 임진강 위에 휴전선이 가상으로 존재하고 비무장지대 북측 영역을 아주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북측초소를 자세히 볼 수 있고 북한군이 이용하는 경계루트와 군남댐 등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특히 맑아서 모든 것이 가깝게 보인다.

전망대 광장에는 태국군, 호주군 등의 위령탑이 있고 아래에는 34천명의 전사자를 낸 미군의 위령탑이 있다. 지금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의를 위해 한 마음으로 싸운 것은 스페인내전과 한국전쟁이 아마 유이하지 않을까. 저렇게 많은 희생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인데 지금은 노골적 친일정책과 북한과의 전쟁 불사를 이야기하는 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진정 안타깝다.

연강갤러리​

안보관으로 쓰던 건물을 리뉴얼해 갤러리로 차렸다. 연강은 임진강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건물을 감싼 거대한 막은 사진작가 한성필이 임진강, 한탄강 유역 주상절리를 촬영해 제작한 작품이고 건물 뒤편으로 조상기 작가와 협업으로 완성한 ‘평화의 문’이 있다. 작은 창문 680개 를 이어 만든 조형물로 군데군데 주한 외국 대사관에서 각국 언어로 보낸 평화의 메시지를 새겼다. (출처 : 지지씨 가이드)  현재 내가 느낀 DMZ 라는 주제로 여러 화가들이 DMZ에서 받은 느낌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임진강평화습지원 (주차, 입장 무료)

임진강 상류에 군남댐이 건설되어 두루미 서식지가 없어지자 대체 서식지로 조성한 습지라고 한다. 

이곳은 9월 중에 오면 아주 좋겠다. 10월 중 하순 되니 백일홍도 색이 바래고 칸나 상태도 조금 약하다. ​​두루미를 관찰하려면 12월경에 다시 와도 좋겠다. 드넓은 백일홍 꽃밭과 임진강변의 억새가 어우러진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 마치 거대한 꽃 벌판 위에 서 있는 듯. 내 랭킹은 고석정 꽃밭이 3위, 임진강 댑싸리공원이 2위, 이곳이 1위다. 압도적 습지의 풍광. 사람이 심은 백일홍과 칸나와 자연의 억새가 완벽히 어우러지는 곳.

군남면옥 ​​

재작년에 갔다가 퀄리티가 과해 우리 입맛에는 안 맞는 집으로 기록했던 곳. 그래도 면발과 육수에 대한 호평을 썼었기에 다시 찾았다. 이번엔 갈비탕과 물막 곱배기. 올해의 물막은 감초 등 한방 향이 났던 지난 번과 다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밀어붙이는 맛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한 맛이다. 육수와 동치미와 뭔지 모를 짙은 맛이 혀를 치는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면도 약간 쭐깃했는데 면에 간이 잘 배어 맛있다. 갈비탕에 큰 갈비뼈 두 개 있어서 적나? 했더니 뼈에서 발라지는 고기 양도 많고 수육에 쓰이는 고기들을 밑에 제법 넣어주어서 푸짐했다. 국물이 슴슴하고 편안해서 1인분 따로 포장도 해 왔다.